


[OSEN=천안, 손찬익 기자] 판정 논란으로 얼룩진 챔피언 결정전, 그 속에서 더 빛난 건 ‘페어플레이’였다.
지난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챔피언 결정전 3차전. 경기 전까지 분위기는 험악했다. 2차전 판정 논란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장면은 2차전 5세트 14-13 매치 포인트 상황. 레오의 스파이크 서브가 아웃으로 선언됐고, 현대캐피탈은 즉각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중계 화면상 공이 사이드 라인을 스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5세트를 16-18로 내주며 2연패에 빠졌다.
이후 재판독 요청까지 이어졌고, 한국배구연맹(KOVO)은 사후 판독 및 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정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맹은 “볼이 최대로 압박된 상황에서 사이드 라인의 안쪽선이 보였다”며 규정에 따른 정당한 판정이라고 설명했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비디오 판독에서 수많은 실수가 있었다. 현행 비디오 판독은 수명을 다 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이제는 잊고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도 사람이기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노는 강한 힘이다. 잘 활용하면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목숨을 걸고 이기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경기에서 그 ‘기폭제’가 현실이 됐다. 하지만 이날 진짜 박수를 받은 장면은 따로 있었다. 3세트 22-22 동점 상황, 대한항공의 공격이 노터치 아웃으로 선언됐다. 그러나 허수봉이 곧바로 자신의 손에 맞았음을 인정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흐름상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던 상황. 하지만 허수봉은 스스로 사실을 알렸다. 승부보다 ‘정정당당’을 택한 순간이었다.
이 장면 이후 분위기는 오히려 현대캐피탈 쪽으로 넘어왔다. 허수봉은 연속 공격을 성공시키며 24-23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고, 이어 퀵오픈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현대캐피탈은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두며 반격에 성공했다.
경기 후 블랑 감독도 이 장면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너무 명확했다. 나조차 소리를 들었다. 이후 다음 동작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심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비디오 판독을 한다. 실수는 정정하면 된다. 그런 부분이 리그에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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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봉 역시 담담했다. 그는 “상대 흐름을 끊기보다는 빨리 우리 플레이를 정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심판에게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논란 속에서 더 빛난 한 장면. 승부보다 더 큰 가치를 보여준 허수봉의 선택이 코트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