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정말 불가능한 건가'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프로축구 K리그2 용인FC 공격수 석현준(35)이 말끝을 흐렸다. 2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김해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6 9라운드 홈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이날 석현준은 K리그 데뷔골에 멀티골까지 터뜨리며 팀의 4-1 완승이자 창단 첫 승의 주역이 됐다. 그는 그러나 "골을 너무너무 넣고 싶었지만, 사실 넣을 거란 생각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유가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석현준은 K리그2 6경기(선발 4경기)에 출전하고도 단 1개의 공격 포인트도 쌓지 못했다. 오랜 유럽 커리어를 가진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라는 점에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무려 4년 가까운 프로 공백을 극복하고 K리그에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심지어 K리그는 석현준이 프로 데뷔 후 처음 경험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최윤겸 용인 감독도 "석현준이 K리그2의 강한 압박이나 몸싸움에 적응이 늦었다"고 했다.
앞서 석현준은 지난 2021-2022시즌 트루아(프랑스)를 끝으로 자신의 유럽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형 확정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세미프로인 K4리그(4부) 남양주시민축구단에서 뛰었을 뿐, 프로 커리어는 2022년 6월 이후 끊겼다. 그야말로 '은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용인의 러브콜을 받고 프로 커리어를 다시 시작했다. 백암중·신갈고를 거친 석현준에게 용인은 축구 인생을 시작했던 곳이라 의미가 있었다. 다만 4년의 공백을 쉽게 메우는 건 쉽지 않았다. 스스로 "넣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돌아본 것 역시, 최근 경기력이 워낙 떨어진 탓이었다.
이날 멀티골 활약은 그래서 더 '반전'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석현준은 전반 17분 마침내 골망을 흔들었다.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하프라인 부근까지 깊숙하게 내려선 그는 가브리엘과 원투패스를 통해 상대 중원을 무너뜨렸다. 이후 드리블 돌파를 하다 왼쪽 측면을 파고드는 김민우에게 패스를 건넨 뒤, 곧장 문전으로 쇄도했다. 이후 석현준은 김민우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스스로 기대하지는 못했지만, 그토록 간절하게 바랐던 순간이기도 했다.


침묵을 깨자 몸놀림이 한결 가벼워졌다. 팀이 3-0으로 앞서던 후반 3분엔 또 한 번 결실을 맺었다. 이번에도 김민우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자 문전으로 쇄도했다. 이번엔 땅볼 크로스를 문전에서 마무리했다. 첫 골에 이어 멀티골까지 터뜨린 그는 용인 서포터스 앞으로 달려가 세리머니를 펼친 뒤, 김민우 등 동료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이후 석현준은 팀이 4-1로 앞서던 후반 35분 교체됐다. 이날 2개의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한 맹활약을 펼쳤다. 팀 창단 첫 승의 주역이 됐다.
경기 후 석현준은 "사실 프로 무대 복귀라는 것도 생각지 못했는데, 이런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면서 "그동안 경기 템포나 체력 문제가 컸다. 체력을 공격할 때 써야 하는데, 템포를 따라가느라 낭비를 많이 했다. 그래서 지난 2주 간 체력적인 문제를 가장 노력했다. 첫 골이 들어갔을 땐. 너무 오랜만이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동료들에게 감사했고, 선수들과 동료들, 감독님과 코치님 믿음에 보답했다는 게 기뻤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이어 "오랜 시간 못 뛰다 뛰어서 그런지, 제 자신도 많이 약해져 있었다. '아, 이게 정말 공백기라는 것 때문에 (재기가) 불가능한 건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도 한 번 끝까지 믿어보고, 주위에서 나를 믿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간절하게 해 봤다"며 "다행히 팀원들이 잘 봐줬고, 도움도 줘서 골을 넣었던 것 같다. 모든 게 감사한 하루였다"고 덧붙였다.
침묵을 깨트리면서 덩달아 팀도 창단 첫 승을 거뒀다는 데 의미가 더 컸다. 이날 경기 전까지 용인은 3무 4패로 7경기 무승이었는데, 석현준의 멀티골 등을 앞세워 김해를 4-1로 꺾고 기다리던 첫 승을 신고했다. 석현준은 "모두가 첫 승을 간절히 바랐다. 중요한 경기였다. 그래서 이긴 뒤에 우승한 것처럼 좋아했고, 기쁘게 웃었다"면서 "저도 그랬지만 다들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힘들었을 텐데, 오늘 승리로 다 털어낸 거 같다. 물론 다음 경기 목표는 골이 아니라 승리다. 팀 승리를 위해 많이 뛰고, 골까지 들어가면 더 좋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최윤겸 감독 역시도 기다리던 석현준의 활약과 더불어 첫 승을 거둔 것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최 감독은 "그동안 석현준에게 향하는 크로스와 패스의 질이 아쉬웠는데, 오늘은 질 좋은 크로스가 머리와 발밑에 잘 전달이 됐다. (석)현준이도 좋은 결정력을 보여줬다. 그동안 본인도 간절했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고, 좋은 경기 내용에 결과까지 가져왔다. 특히 석현준이 2골을 넣은 부분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