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소년 축구계에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송현식(45) 감독이 이끄는 온새미로FC 축구교실이다. 2024년 만세보령머드배 JS컵 U11 전승 우승을 시작으로 화랑대기 전승 우승, 2025년 전국 초등리그 경기 7권역 전승 우승, 2026년 홍천 무궁화컵 춘계 유소년페스티벌 전승 우승, 경기도 꿈나무 소년체전 선발전 U12 전승 우승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올해엔 더욱 화력했다. 전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1종(전문 축구) 등록 154개 팀이 맞붙는 경기도 무대에서 창단 2년 차에 불과한 클럽이 꿈나무 축구대회 1, 2차 통합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이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성적 지상주의'를 배제하고 아이들의 바른 성장과 기본기를 최우선으로 삼는 송현식 감독의 단단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잦은 부상과 조기 은퇴... 아픔이 만든 '보호' 지도 철학
송현식 감독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축구화를 신었다. 이후 관동대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십자인대와 연골 파열 등 크고 잦은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수술대에 여러 번 오르내린 끝에 결국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은퇴 후 일반 회사에 취직해 평범한 사회생활도 경험해 봤지만, 활동적인 그의 성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방황 끝에 29살 무렵 우연한 기회로 유아반과 취미반 아이들을 지도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도자 인생의 출발점이 됐다.
어느덧 초등학교 코치 생활 11년을 포함해 18년 차 베테랑 유소년 지도자가 된 그는 자신이 겪었던 부상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 "대학교 때까지 십자인대며 연골이며 너무 크게, 자주 다쳤다. 수많은 수술 끝에 결국 이른 나이에 축구화를 벗어야 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자신의 뼈아픈 경험을 거울삼아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이 부상을 입거나 조기에 번아웃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히 '선수 보호'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탄탄한 기본기의 중요성, 동기 박지성을 통해 엿보다
송현식 감독의 이토록 확고한 '기본기 철학'은 수원공고 시절 3년간 함께 공을 찼던 동기 박지성의 인연과도 맞닿아 있다. 박지성과 고등학교 시절부터 30여 년 친구 사이인 그는 "지성이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구는 작았지만 경기도 내 또래 선수들 사이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박지성이 세계적 선수로 성장한 요인으로 "유소년 때부터 굉장히 탄탄하게 기본기를 다졌던 것이 크다"고 평했다.


'될성부른 떡잎' 윤도영 직접 발굴한 안목, 그리고 스승의 애정
송현식 감독의 남다른 안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브라이튼에 입단해 현재 도르드레흐트로 임대를 떠난 한국 축구 유망주 윤도영과 일화다. 풍덕초등학교 코치 시절, 송현식 감독은 취미반 1학년 축구 대회에서 윤도영을 처음 발굴했다. 당시 체구가 유독 작았던 데다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까지 겹쳐 무산될 뻔했지만, 그의 끈질긴 설득한 끝에 윤도영을 전문반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제자를 향한 스승의 애정은 지금도 각별하다. 윤도영이 브라이튼으로 떠나기 전 통화를 나눴다는 송현식 감독은 "선수 본인은 영국 무대에 바로 도전하고 싶어 했지만, 스승 입장에선 국내 K리그 무대에서 선수로서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인 뒤에 큰 무대에 도전하는 것도 낫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시대가 변했다... 강압적 훈련 대신 '마차'가 되어야 하는 지도자
과거 송현식 감독이 초등학교 축구부에서 뛰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클럽팀의 개념은 전무했다. 합숙 생활을 하며 지도자들의 강압적인 훈련이나 체벌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전국적으로 학교 축구부는 10분의 1도 남지 않았고, 대다수가 온새미로FC와 같은 클럽팀으로 전향했다.
송현식 감독은 이런 변화 속에서 지도자의 '본질'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팀 이름인 '온새미로' 역시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언제나 변함없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에서 따왔다. 그는 "코치(Coach)라는 단어의 어원이 마차에서 유래했듯, 지도자는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위의식에 젖어 운동장 밖에서 학부모에게 갑질을 하거나 아이들을 윽박지르는 지도자들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선글라스를 끼거나 롱패딩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아이들을 가르치는 행동, 성인 레벨에서나 할 법한 대우를 유소년에게 강요하는 태도는 절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지론이다.

"기본기와 태도가 전부다"... 연령별 맞춤 훈련의 힘
경기장 안팎에서 그가 축구 기술 이상으로 타협하지 않는 원칙은 바로 '태도'다. 송현식 감독은 "아무리 공을 잘 차도 태도가 엉망이면 안 된다. 이기고 있다고 시간을 끌기 위해 고의로 매너 없는 플레이를 하거나, 거친 언행을 일삼고, 성의 없이 고개만 까딱 인사하는 행동 등은 엄격하게 바로잡는다"며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예의를 갖추는 것이 진짜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는 밑거름"이라고 힘줘 말했다.
온새미로FC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철저하게 세분화된 '연령별 맞춤형 훈련 매뉴얼'이다. 당장의 승리에 집착해 아이들을 혹사시키지 않고 단계별 접근을 고집한다. 2학년은 주 3회 신체 조정 능력을 기르는 코디네이션 훈련만 진행하고, 3학년은 발의 감각 훈련, 4학년은 패스와 컨트롤 습관화에 온전히 집중한다.
특히 4학년까지는 대회 참가를 일정 횟수 이하로 제한하고, 전 포지션을 번갈아 경험하게 한다. 5학년이 되어서야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포지션을 정해준다. 화려한 전술보다는 먼 미래를 위한 탄탄한 뼈대를 세우는 데 공을 들이는 셈이다.

한국 유소년 축구의 맹점, 그리고 '멘토'의 꿈
송현식 감독은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한국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향한 뼈있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당장 눈앞의 1승을 위해 체격이 크고 빠른 선수에게 공을 길게 차놓고 무작정 뛰게 하는 축구가 만연해 있다"며, 패스와 컨트롤, 상황 인식 등 기본기에 철저히 집중하는 일본의 유소년 시스템과 극명히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기 속성으로 끝나는 우리나라의 지도자 양성 및 라이센스 교육 시스템 역시 질적으로 크게 개선되어야만 훌륭한 선수를 꾸준히 배출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도자가 체계적으로 성장해야 아이들 역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많은 전승 우승 트로피를 쓸어 담고 있지만, 송현식 감독의 시선은 당장의 결과표 너머 아이들의 미래를 향해 있다.
"훗날 제자들이 멋진 어른으로 자라 저를 떠올렸을 때, 단순히 축구 기술만 가르친 코치가 아니라 인생에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해 준 '멘토' 같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단단한 기본기와 올바른 인성을 앞세운 온새미로FC. 이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단순한 우승을 넘어 한국 유소년 축구계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