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던지는데 누가 빼겠어요."
김경문(68) 한화 이글스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독립리그 선수에서 1년 만에 한화 육성선수를 거쳐 이젠 5선발 자리를 꿰차며 드라마 같은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우완 사이드암 박준영은 충암고와 청운대를 거치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세 차례나 낙방했다.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야구 예능프로그램 '불꽃야구'에 입단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박준영은 야구 팬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한화의 육성선수로 입단하며 드디어 꿈의 무대에 발을 디뎠다.
프로 계약 후에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선수가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다. 육성선수 계약이었기에 박준영의 입지는 더욱 불안정했다.
그러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퓨처스리그에서 7경기에 나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ERA) 1.29로 맹활약한 그는 지난 5월 10일 1군 데뷔전에서 5이닝 무실점 호투로 육성선수 최초 데뷔전 선발승 기록을 세웠다.

이후 두 차례 불펜에서 나섰던 박준영은 5월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⅔이닝 3실점 호투를 펼쳤다. 지난 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3이닝 만에 홈런 2개를 맞고 3실점한 게 뼈아팠다. 직전 경기에 이어 다시 한 번 홈런 2개를 내주며 피장타율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박준영은 지난 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장해 2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연장 승리를 이끌고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냈다.
지난 1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다시 선발 등판 기회를 가졌고 6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5회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칠 만큼 압도적인 투구였다.
김건희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며 퍼펙트가 깨졌지만 이후 타자들을 잡아내며 5회를 마쳤고 6회에도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고 1사 2루 위기에 몰렸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쳐 데뷔 후 처음으로 6이닝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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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에도 등판했다. 첫 타자 히우라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박준영은 최주환에게 2루타를 맞고 강판됐는데 승계 주자가 득점하며 실점이 2로 늘었고 타선이 1득점에 그치며 패전을 떠안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투구였다.
김경문 감독은 "상대 에이스(알칸타라)에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며 "감독이 경기에서 져도 위안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잘 던져줬다"고 칭찬했다.

지난 시즌 최고의 선발진을 앞세워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도 나섰던 한화지만 올 시즌 초반 부침이 많았다. 오웬 화이트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문동주는 수술대에 올랐다. 일시 대체 외국인 투수 잭 쿠싱을 마무리로 활용하며 선발진의 구멍은 더욱 커졌다.
화이트가 돌아와 기대대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선발 한 자리의 공백은 한화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박준영의 연이은 호투는 한화의 선발 고민을 털어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김 감독은 박준영에게 선발 한 자리를 맡기기로 했다. 다음번에도 선발로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 아프지 않다면 그렇게 던지는데 누가 빼겠나"라고 말했다. 이젠 확실하게 선발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화이트가 돌아온 이후 선발의 힘이 강해진 한화는 이후 불펜진도 부담을 줄이며 마운드가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갖추게 됐다. 이는 같은 기간 한화가 13승 10패 1무로 전체 4위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박준영이 합류하기 전까지 팀 평균자책점(ERA) 5.42로 최하위에 놓여 있던 한화는 이후 화이트까지 합류하며 ERA 3.68로 전체 3위로 뛰어올랐다.
박준영의 선발진 합류가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9이닝당 볼넷이 3.00으로 선발진 중 류현진(1.29), 화이트(1.34)에 이어 낮다는 점이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박준영의 선발 로테이션 가세는 선발진의 힘을 바탕으로 고공행진을 펼쳤던 지난해를 떠올리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