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공정성 논란 속 부임한 지 약 2년 만이다. 홍 감독은 한국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29일(한국시간) 멕시코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선언했다. 출범 당시부터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고, 2년 여정에서도 끝내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그는 2014년 브라질 대회 12년 만에 또 한 번 한국축구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스타뉴스는 일찌감치 참사가 예견됐던 홍명보호의 2년을 돌아보고, 당분간 대혼돈이 불가피해진 한국축구 상황 등을 세 편에 걸쳐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시계바늘을 2024년 7월로 되돌려보자.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5개월 넘게 새 사령탑을 찾지 못하며 표류하고 있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한 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했다. 이 이사는 외국인 감독들을 면접하고 귀국한 직후 홍명보 감독을 만나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문제는 이 과정이 철저히 '밀실'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당시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주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며 홍 감독 내정 사실조차 몰랐다고 폭로했다. 그는 국내 감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위원들이 있었고, 전체적인 흐름이 홍 감독을 임명하는 식으로 흘러갔다고 꼬집었다. 전력강화위원회의 정상적인 기능이 상실된 채 이임생 이사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홍 감독이 선임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협회에 대한 특정 감사에 돌입했다. 문체부는 2024년 10월 중간 감사 결과를 통해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가 내부 규정을 위반하고 절차적 하자를 범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몽규 회장과 이임생 이사 등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협회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불공정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 강력히 반발했다. 행정소송까지 불사하며 징계 요구를 거부했고, 이로 인해 관련 경찰 수사와 법적 공방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왔다.
당시 축구 팬들의 분노는 단순한 온라인 커뮤니티 상의 비판을 넘어 행동으로 표출됐다. 국가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를 비롯한 축구 팬들은 경기장에서 협회와 홍 감독을 규탄하는 걸개를 걸고 거센 야유를 쏟아냈다. 심지어 홍 감독이 지휘하는 안방 홈경기에서조차 응원 보이콧이 일어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협회는 여론에 끝내 귀를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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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참사로 막을 내린 2년의 여정에 정부도 다시 칼을 빼 들었다. 월드컵 탈락 직후인 29일,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협회에 대한 강도 높은 특별감사를 전격 지시했다. 문체부는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홍 감독 선임 과정의 부조리와 임원진의 징계 요구 거부 사안은 물론 수백억 원대의 정부 보조금 사용처까지 샅샅이 파헤칠 예정이다. 비위 확인 시 엄중히 책임을 묻고, 간접 선거 방식인 현행 회장 선출 제도까지 뜯어고치겠다며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했다.
출발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사령탑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았다. 팬들의 야유 속에 출범한 홍명보호는 결국 2년 내내 공정성이라는 원죄를 털어내지 못한 채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남기고 씁쓸히 퇴장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2년 전 참사가 결국 오늘날 비극을 낳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