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제2의 백지은 감독님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4년 전에는 프로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대학에서 더 배우는 길을 택했다. 그 선택은 김성언에게 새로운 무기를 안겼고, 결국 프로 무대 입성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단국대를 졸업한 김성언은 19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26~2027 여자프로농구(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청주 KB스타즈의 지명을 받았다.
김성언에게는 생애 첫 신인 드래프트였다. 고교 졸업 당시 곧바로 프로에 도전하지 않고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김성언은 드래프트 직후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고등학교 코치님께서 대학에 가서 더 배우고 난 뒤 프로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씀해주셨다"며 "저 역시 대학에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돌아봤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됐다. 4년 동안 성장한 김성언은 당당히 프로의 선택을 받았다.
김완수 KB 감독도 김성언이 대학에서 쌓은 경험에 높은 점수를 줬다. 김 감독은 "정미란 코치가 전력분석 쪽에서 많이 노력했다. 이전부터 데이터를 쌓아왔다"며 "우리 순번에서는 원이아나와 김성언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고 기대를 보냈다.
이어 "고교생 중에서도 좋은 선수들이 많았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있었다"면서도 "농구를 4년 더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김성언에게 대학 4년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과정이 아니었다. 스스로 "대학에 와서 정말 많이 늘었다"고 말할 만큼 선수로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그 중심에는 단국대 백지은 감독이 있었다.
백 감독 역시 평탄한 길만 걸어 프로에서 성공한 선수는 아니었다. 신고선수 자격으로 구리 금호생명에 입단했지만 세 시즌을 뛴 뒤 2010년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농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용인대에 진학해 계속 농구공을 잡았고, 3년 뒤인 2014 WKBL 신입선수 드래프트에서 하나원큐의 지명을 받으며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왔다.
이후 WKBL에서 통산 11시즌을 뛰었다. 177㎝로 빅맨치고 크지 않은 신장이었지만 몸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들과도 골밑에서 치열하게 맞섰다. 화려함보다는 몸을 던지고 한 발 더 뛰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오랫동안 프로에서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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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인 김성언에게는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스승이었다.
김성언은 "감독님도 선수 시절 센터 포지션을 보셨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 센터 플레이를 정말 많이 배웠다"며 "그래서 대학에 온 뒤 제가 정말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플레이 스타일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외곽슛이다. 김성언은 "대학교에 오기 전까지는 3점슛을 던지지 않았다. 사실 지난해까지도 많이 던지는 편은 아니었다"며 "감독님께서 슛 터치가 좋은 편이니 '너도 이제 3점을 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올해 동계훈련부터 3점슛도 본격적으로 배웠다"고 설명했다.
몸싸움에 대한 생각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밖에서 슛을 쏘는 것을 더 좋아했고 몸싸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대학에서 감독님을 만나면서 몸싸움의 재미를 많이 알게 됐다. 지금은 몸싸움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웃었다.
외곽슛을 장착하고 골밑 경쟁력까지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목표도 넓어졌다. 이제는 4번과 5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꿈꾼다.
흥미롭게도 김성언은 드래프트 당일 단상에서 백 감독의 이름을 직접 꺼내려고 했다.
김성언은 "원래 소감을 준비할 때는 '제2의 백지은 감독님이 되고 싶다'고 말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드래프트를 앞두고 대학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획이 바뀌었다. 결국 김성언은 지명 직후 단상에서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단상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진심은 따로 있었다.
김성언은 "백지은 감독님처럼 오랫동안 프로 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백 감독도 제자의 프로 입성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김성언은 "감독님께서 축하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앞으로 프로에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우쭈쭈는 오늘까지만 하고 이제 다시 열심히 하자'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새로운 배움의 무대는 KB다. 결코 쉬운 환경은 아니다. 센터 자원인 김성언 앞에는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빅맨 박지수를 비롯해 송윤하 등 이미 팀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김성언은 이들과 관계를 당장의 '경쟁'보다는 '배움'으로 바라봤다.
그는 "지수 언니와 송윤하가 이미 자리를 잘 잡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경쟁한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에 가서 5번을 맡지 못하고 4번으로 뛰게 되더라도 그 부분 역시 배우고 싶다"며 "원래부터 4번과 5번을 모두 볼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더 많이 배워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강점은 슈팅이다. 동시에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
김성언은 "백지은 감독님께서 항상 '너는 슛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안에서 몸싸움까지 잘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부분을 계속 고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단국대 선배' 이명관(우리은행)의 존재도 좋은 자극이 됐다. 그는 "지도교수님께서 항상 '명관 언니를 보고 많이 배우라'고 말씀하셨다"며 "언니가 프로에서 너무 잘하고 있으니 저도 보면서 많이 노력했다. 저 역시 그만큼 좋은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쌓은 국제 경험도 성장에 도움이 됐다. 김성언은 이상백배 한일 대학농구대회 등을 통해 대학 대표팀으로 국제무대를 경험했다.
김성언은 "고등학교 때까지는 해외 선수들과 경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대학에 와서 이상백배에 출전하면서 한국 선수들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프로 첫 시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다. 출전 기회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먼저다.
김성언은 "저 말고도 쟁쟁한 선수들이 너무 많다"며 "신인상보다는 만약 경기에 뛰게 된다면 그 경기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다. 그렇게 한 경기, 한 경기씩 늘려가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