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정승우 기자] 해리 케인(33, 바이에른 뮌헨)이 한 시즌 73골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앞세워 생애 첫 발롱도르에 도전한다. 그러나 월드컵 우승자를 향해 쏠려온 투표의 역사는 케인에게 불리하다.
영국 'BBC'는 8일(한국시간) "발롱도르 후보 명단 발표를 앞두고 해리 케인이 베팅업체 선정 우승 후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축구계 최고 권위의 개인상은 득점만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드물었다"라고 보도했다.
2026 발롱도르 후보 명단은 9일 발표된다. 후보가 공개되면 남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상위 100개국에서 국가별로 한 명씩 선정된 전문 기자들이 투표에 참여한다.
케인은 지금까지 발롱도르 투표에서 10위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 적이 없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케인은 2025-2026시즌 소속팀과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무려 73골을 터뜨렸다.
바이에른에서 61골,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12골을 기록했다. 바이에른의 분데스리가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우승을 이끌었고 잉글랜드와 함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위에 올랐다.
유럽 5대 리그 소속 선수를 기준으로 한 시즌 동안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케인보다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리오넬 메시뿐이다. 메시는 2011-2012시즌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총 82골을 기록했다.
케인의 73골은 게르트 뮐러가 1972-1973시즌 기록한 72골도 넘어선 수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11-2012시즌과 2014-2015시즌 각각 66골을 넣었고 브라질의 호나우두도 1996-1997시즌 66골을 기록했다. 엘링 홀란과 루이스 수아레스의 개인 최고 기록은 각각 64골이었다.
개인 기록만 놓고 보면 케인은 충분히 발롱도르를 받을 만하다. 문제는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의 우승 여부다.
1956년 처음 제정된 발롱도르는 월드컵이 열린 해마다 해당 대회의 결과에 큰 영향을 받았다. 1966년 바비 찰턴을 시작으로 파올로 로시(1982년), 로타어 마테우스(1990년), 지네딘 지단(1998년), 호나우두(2002년), 파비오 칸나바로(2006년)가 월드컵 우승 직후 발롱도르까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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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정상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결승 진출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다. 요한 크루이프는 네덜란드를 1974년 월드컵 결승으로 이끈 뒤 발롱도르를 받았고 루카 모드리치도 크로아티아의 2018년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발롱도르는 1995년 이전까지 유럽 국적 선수에게만 수상 자격을 부여했다.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 풋볼'은 발롱도르 제정 60주년을 맞은 2016년 과거 수상 결과를 재평가했다.
그 결과 1958년과 1970년에는 펠레, 1962년에는 가린샤가 발롱도르를 받아야 했다고 판단했다. 1978년에는 마리오 켐페스, 1986년에는 디에고 마라도나, 1994년에는 호마리우를 실질적인 수상자로 꼽았다. 모두 해당 연도 월드컵에서 조국을 정상으로 이끈 남미 선수들이었다.
월드컵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BBC에 따르면 최근 발롱도르 수상자 19명 가운데 수상한 해에 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코파 아메리카 중 어느 하나도 우승하지 못한 선수는 단 네 명뿐이었다.
예외는 압도적인 개인 기록을 남긴 메시와 호날두였다. 메시는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8강에서 탈락한 2010년 발롱도르를 받았고 주요 국제대회나 대륙 대항전 우승 없이도 2012년과 2019년 수상에 성공했다. 호날두 역시 포르투갈이 월드컵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는 데 그친 2013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여준 개인 활약을 바탕으로 발롱도르를 차지했다.
반대 사례도 있다. 베슬리 스네이더르는 2010년 인터 밀란의 트레블과 네덜란드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고도 수상하지 못했다. 프랑크 리베리도 2013년 바이에른의 트레블 주역으로 활약했지만 호날두에게 밀렸다. 모하메드 살라 역시 2017-2018시즌 각종 득점 기록을 갈아치우고도 발롱도르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케인 역시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이 없다. 바이에른은 지난 시즌 준결승에서 PSG에 패했고 PSG가 최종 정상에 올랐다. 분데스리가와 포칼을 제패했지만 유럽 정상이나 월드컵 우승이라는 결정적인 이력을 추가하지는 못했다.
케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로드리다. 과거 발롱도르를 수상했던 로드리는 스페인을 두 번째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고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까지 차지했다.
라민 야말도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과 바르셀로나의 라리가 정상 탈환에 힘을 보탰다. 다만 월드컵 영플레이어상은 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그의 십대 동료 파우 쿠바르시에게 돌아갔다.
킬리안 음바페와 메시도 경쟁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음바페는 월드컵에서 10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고 챔피언스리그와 라리가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월드컵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레알 마드리드도 주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39세의 메시는 아르헨티나를 2회 연속 월드컵 결승으로 이끌었다. 대회에서 8골을 터뜨리며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케인이 수상한다면 스탠리 매튜스, 찰턴, 케빈 키건, 마이클 오언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 잉글랜드 출신 발롱도르 수상자가 된다. 또한 1996년 마티아스 자머 이후 30년 만에 분데스리가 소속으로 발롱도르를 받는 선수로 이름을 올린다.
역사는 케인보다 월드컵 우승자 로드리와 야말의 손을 들어준다. 이제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이 현대 축구 역사상 가장 폭발적인 득점 시즌 중 하나를 주요 대회 우승보다 높게 평가할지가 관건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