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는 아웃사이드히터로서 분명히 작은 키다. 손윤아(21·광주여대)도 고교 시절 그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남여고 3학년이던 당시 프로 신인드래프트 지원조차 망설였다.
손윤아는 최근 광주여대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포지션이 아웃사이드히터인데 내 키는 너무 작았다. 또 그때 우리 학년에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라며 "어차피 안 뽑힐 걸 아니까 괜히 지원했다가 마음 아플 바에는 안 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코치의 권유로 경험 삼아 원서를 냈다. 결과는 미지명. 대학 진학 역시 애초 계획에 없었다.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육상을 하는 어린 동생의 운동을 돕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때 고교 코치가 "그래도 대학에 가서 좋은 학과를 다니고 졸업은 해라"고 권했다.
그렇게 향한 곳이 광주여대였고, 그 선택이 손윤아의 배구 인생을 바꿨다. 중학교까지 미들블로커였던 손윤아는 고교에서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했다. 작은 신장을 힘으로만 극복하려 하지 않았다. 빠른 공격에 연타와 블로커 손을 활용한 공격을 섞었다. 가장 자신 있는 코스는 스트레이트다.
최성우(34) 광주여대 감독은 "(손)윤아는 신장이 작은데도 배구 센스가 굉장히 좋다"라며 "짧게 때렸다가 쳐내기도 하고, 각을 만들었다가 연타를 섞기도 한다. 우리가 좋은 의미로 '지저분하게 한다'고 표현하는데 그만큼 영리하게 배구를 한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격 스피드도 빠르고 윤아 때문에 우승한 적도 많다. 굉장히 성실하고 인성도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대학에서 가능성은 현실이 됐다. 손윤아는 2024년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대학배구 U-리그 대회에서 MVP를 받을 만큼 성장했다. 2023년 창단해 다섯 번의 결승 끝에 이뤄낸 광주여대의 첫 우승이 손윤아의 손끝에서 나온 것. 그러나 프로 재도전을 향해 몸을 끌어올리던 2025년 큰 시련이 찾아왔다. 실업팀과 연습경기를 하던 도중 착지 과정에서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었다.
열악한 대학 스포츠 여건에도 선수와 사령탑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전방십자인대 재활 방법을 직접 공부했고, 약 6개월 동안 손윤아와 매일 두 시간가량 웨이트 트레이닝과 재활 훈련을 진행했다. 그 시간을 버티고 손윤아는 2026년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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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아가 복귀한 올해 광주여대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지난 7월 경남 고성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6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에서 예선부터 결승까지 전 경기 무실세트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는 대학배구 강호 우석대를 3-0(25-17, 25-21, 25-16)으로 완파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최 감독이 지난 6월 U-리그에서 받은 징계로 벤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만든 우승이었다는 점이 더욱 특별했다.
지난달 단양대회에서는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고성대회 MVP 김민채(20)가 수원시청으로 향했고 4학년 선수들도 취업 준비로 자리를 비웠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광주여대는 결승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도 손윤아는 서브상을 받아 기량을 인정받았다.
손윤아에게 대학은 단순히 프로에 가지 못해 택한 차선책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동생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실업팀에 도전하려 하자 "대학에 가서 실력을 더 키운 뒤 도전해라. 후회 없이 해봐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손윤아는 "고등학교 선수들이 너무 프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프로나 실업에 가서 1년 정도 있다가 끝나는 것보다 대학에 가서 실력을 조금 더 쌓고 다시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배구만 바라보는 것도 아니다. 광주여대에서 초등특수교육을 전공하며 교사라는 또 다른 미래도 준비하고 있다. 교원자격증을 따기 위해 쉬는 날에는 과제 폭탄에 정신이 없다.
그렇다고 프로의 꿈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올해 다시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 전 망설였던 V리그 신인드래프트를 지원한 덕분이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여자부는 고교 졸업 예정자가 당해 신인드래프트 참가를 거부할 경우 5년간 지원할 수 없다.
좋아하는 선수는 한국도로공사 김세인(23)이다. 김세인 역시 키 173㎝로 신장이 크지 않은 아웃사이드히터지만, 벌써 6번째 프로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손윤아 역시 자신의 키를 숨기거나 핑계 삼지 않는다. 아직 그에겐 배구에 대한 열정만이 남아있다.
손윤아는 "아웃사이드히터의 매력은 키는 작아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내가 드래프트에 지명되는 것이 엄마의 꿈이다. 현실적으로 학교도 졸업하고 실업에도 도전할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난 아직 배구를 하고 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 보겠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