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한마디에 이탈리아 현지가 다시 들썩였다.
이탈리아 축구전문매체 'L'인사이더 델 칼치오메르카토'는 10일(한국시간) "히딩크 감독이 비론 모레노 주심의 판정 논란을 다시 꺼냈다"며 "히딩크 감독은 모레노 주심에게 잘못이 없으며 오히려 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가 퇴장당했어야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고 전했다.
매체는 "20년이 훌쩍 지난 뒤에도 히딩크는 이탈리아 축구 최근 역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사건 중 하나에 대해 다시 입을 열었다"며 "바로 2002 한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한국에 패해 탈락한 경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기는 모레노 주심이 맡았고 연장전 끝에 승부가 갈렸다. 일부 판정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지금까지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히딩크 감독은 지난 9일 이탈리아 저명 축구기자 잔루카 디 마르지오와의 인터뷰에서 2002 한일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을 돌아봤다.
당시 한국은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안정환의 골든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0-1로 끌려가던 후반 막판 설기현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고, 연장전에서 안정환이 헤더 골든골을 작렬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은 명승부였지만 이탈리아에서는 2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당시 경기를 둘러싼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당시 주심이었던 에콰도르 출신 모레노 심판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이탈리아에서는 자신들이 불리한 판정을 받아 결국 대회에서 조기 탈락했다는 주장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디 마르지오 기자 역시 히딩크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노골적인 질문을 던졌다.
히딩크 감독이 "당시 한국은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고 유럽 팀들이 우리를 상대하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하자, 디 마르지오 기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예로 들며 "모레노 주심은 심판복 안에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히딩크 감독은 곧바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 질문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정한 방향으로 치우친 시각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당시 이탈리아 공격수 비에리의 거친 플레이를 언급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전반전에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했던 비에리도 경고를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모레노는 그것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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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의 주장은 분명했다. 이탈리아의 패배 원인을 심판 판정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심판을 탓하는 건 쉬운 일"이라며 "당시 이탈리아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팀이었다. 그 대단한 선수들의 이름을 돌아보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파올로 말디니, 프란체스코 토티, 비에리, 잔루이지 부폰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 정도 전력이라면 한국을 완전히 압도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이탈리아는 손쉽게 이겼어야 하는 팀이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L'인사이더 델 칼치오메르카토는 "히딩크 감독은 에콰도르 출신 모레노 주심의 경기 운영을 거리낌 없이 옹호했다"며 "당시 경기 결과의 책임을 모레노에게 돌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히딩크는 당시 이탈리아 대표팀에 여러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었던 만큼, 선수단의 높은 수준을 앞세워 한국을 이겼어야 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히딩크 감독의 이번 발언은 여전히 팬들과 축구 관계자들의 의견을 갈라놓고 있는 사건에 다시 관심을 집중시켰다"고 짚었다.
매체는 2002년 한국-이탈리아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금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쪽에는 당시 한국의 경기력을 강조하며 심판 판정이 결과에 미친 영향을 축소해 바라보는 히딩크 감독의 시각이 있다.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여러 의심스러운 판정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기억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패배 이후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안정환 논란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에서 뛰던 안정환은 이탈리아를 탈락시키는 골든골을 터뜨린 뒤 소속팀 구단주로부터 공개적인 비판을 받는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심지어 페루자에서 방출되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를 두고 "졌다면 당당하고 신사답게 행동해야 한다"며 "이탈리아는 과연 그렇게 행동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90분 안에 한국을 이겼어야 했다"며 "패한 뒤 나중에 불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L'인사이더 델 칼치오메르카토는 "그 월드컵에 참가했던 인물들이 당시 사건에 대해 다시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2002년 한국-이탈리아전 논란이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국제축구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끝나지 않은 하나의 장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