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최국 대만을 압도한 한국 18세 이하(U-18) 야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하현승(18·부산고)이 결승 진출의 향방이 걸린 운명의 한일전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하현승은 11일 오후 1시 30분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 돔에서 열릴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 일본을 상대한다.
사실상 결승 진출 여부를 크게 좌우할 경기다. 한국은 대만, 싱가포르, 태국을 모두 꺾고 B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올랐다. 일본 역시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콜드게임으로 이기며 A조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일본까지 잡는다면 결승 진출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반대로 패한다면 12일 필리핀전 결과까지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대만전에서 하현승이 정확히 90구를 던지고 내려온 것도 의미가 있었다. 대회 규정상 90구까지 던진 투수는 3일을 쉬면 다시 등판할 수 있다. 대만전부터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승부까지 염두에 둔 운용이었다. 하현승은 앞선 대회 B조 조별리그 1차전 대만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2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출발부터 강렬했다. 하현승은 1회말 선두 타자에게 초구부터 시속 152㎞ 직구를 던졌다. 3번 타자 장이안에게 시속 150㎞ 직구를 공략당해 우익수 키를 넘기는 3루타를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후속 타자의 강한 타구를 유격수 엄준상이 백핸드로 잡아 러닝 스로우로 처리하면서 실점을 막았다.

첫 고비를 넘긴 하현승은 이후 완전히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끌고 갔다. 하현승은 2회 마지막 타자를 떨어지는 변화구로 방망이를 끌어냈다. 3회에는 시속 148㎞ 직구를 한복판에 꽂아 헛스윙 삼진을 잡았고, 시속 135㎞ 슬라이더를 바깥쪽으로 흘려 다시 헛스윙을 유도했다. 빠른 공을 의식하면 변화구가 달아났고, 변화구를 기다리면 시속 150㎞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들었다.
5회 투구는 이날 하현승의 구위를 요약해서 보여줬다. 선두 타자를 시속 129㎞ 커브 세 개로 삼진 처리한 하현승은 다음 타자에게는 낮은 코스로 시속 150㎞ 직구를 연달아 꽂았다. 하현승은 0B2S에서 다시 150㎞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 마지막 타자도 시속 150㎞ 빠른 공으로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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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30㎞ 전후의 커브와 150㎞ 직구의 20㎞가 넘는 구속 차이, 여기에 비슷한 릴리스 포인트에서 출발하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까지 섞이자 대만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6회에도 구위는 떨어지지 않았다. 첫 타자를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처리했고, 80구째가 넘어갔음에도 시속 150㎞ 이상 직구를 뿌리며 삼진을 잡았다. 이후 중전 안타 하나를 허용한 뒤 2사 1루, 볼카운트 2B2S에서 정확히 90구에 도달하자 마운드를 내려왔다.
경기 후 찬사가 쏟아졌다. 이 경기를 지켜본 한 KBO 스카우트는 스타뉴스에 "왜 하현승이 전체 1순위 후보인지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대만 타선에서 유일하게 장타를 때린 주장 장이안조차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하현승의 직구와 슬라이더 궤적이 정말 똑같았다. 체인지업까지 섞여 들어오니 타자들이 급해졌다"고 어려움을 인정했다.

상대 선발 류런유의 평가도 같았다. 류런유는 경기 다음 날 하현승과 다시 만나 "릴리스 포인트가 정말 좋았고 직구와 변화구의 궤적이 같아 타자들이 어려워했다"며 "6회까지도 힘차게 공을 뿌리는 스태미나가 인상 깊었다"고 놀라워했다.
하현승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키 194㎝, 몸무게 94㎏의 좌완이다. 최고 시속 152㎞ 직구와 두 종류의 슬라이더, 디셉션을 갖췄고 올해 14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39, 45⅔이닝 77탈삼진, WHIP 0.72를 기록했다. 타자로도 타율 0.383, 3홈런 21타점, OPS 1.088을 남긴 투·타 겸업 자원이다. 이미 그 재능은 인정받아 2학년이던 지난해 '2025 퓨처스 스타대상' 미래스타상을 수상했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키움 소속 선수도 하현승의 투구를 눈여겨봤다. 8일 잠실에서 만난 키움 포수 김건희는 대만전을 본 뒤 "현승이 잘 던진 걸 봤다. 삼진만 12개 정도 잡았던데 대단하다. 우리 팀에 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재능도 있어 보이고 피지컬적으로도 뛰어나 기대된다"고 웃었다.
하지만 하현승에게 신인드래프트보다 먼저 주어진 과제는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을 넘어서는 것이다. 한국은 2018년 아시아선수권 이후 8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린다.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결국 일본을 넘어야 한다.
출국 전 대표팀 훈련에서 만난 하현승은 "지난해 대만과 일본을 상대로 둘 다 던져봤다. 올해도 두 경기 다 던지는 게 목표다. 내가 에이스가 돼서 팀이 경기에서 이길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내비친 바 있다.
대만전에서는 그 말을 증명했다. 이제 일본전에서 에이스의 두 번째 답을 내놓을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