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의하자고 요청했는데 협의 없이 결정하고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한국대학배구연맹이 뿔났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남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 제도 변경 과정에 변화 자체보다 대학배구 현장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임에도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결정됐다는 점, 특히 입단금 폐지 예고가 올해 대학 선수들의 대규모 조기 프로 진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대학배구연맹은 15일 "올해 신인선수 드래프트는 현행 제도로 진행하고, 향후 제도 변경이 필요하다면 대학배구연맹 및 관계자들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KOVO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2027~2028시즌부터 남자부 신인선수 입단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구단별 학교지원금을 기존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늘리고, 1라운드 지명 선수의 보수를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대학배구연맹에 따르면 이미 지난 4일 KOVO에 공식 공문을 보내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현행 제도에 따라 진행하고, 향후 제도 변경이 필요할 경우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27~2028시즌 신인드래프트 제도 및 시행 세칙 변경 역시 드래프트 조정위원회를 통해 의견 수렴과 협의를 거쳐 결정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대학배구연맹은 "이러한 요청에도 이번 제도 변경과 관련해 공식적인 협의 없이 결정 내용이 구두로 전달됐고, 이후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졌다"며 유감을 표했다.
대학배구연맹이 가장 우려하는 건 올해 드래프트에 미칠 영향이다. 올해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의 경우 제도 변경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 하지만 현재 1~3학년 선수들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2027~2028시즌부터 입단금 폐지가 예고되면서 올해 드래프트를 현행 제도 아래 입단금을 받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평소라면 대학에 남아 다음 시즌을 준비할 선수들까지 올해 드래프트에 대거 참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대학배구연맹의 우려다.

고교 선수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보다 곧바로 프로행을 선택하는 선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대학 재학생들의 조기 프로 진출까지 동시에 증가할 경우, 대학팀의 선수 수급과 선수층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의 경우 정상적인 팀 운영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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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배구연맹은 대학에 즉시 전력감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대학배구의 육성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얼리드래프트를 통해 대학 재학생의 조기 프로 진출이 이어지고 있고, 고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로 직행하는 선수도 나오고 있다. 선수들이 대학에서 성장할 시간과 선수층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학에 좋은 선수가 부족하다는 결과만 놓고 대학배구의 문제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학배구연맹은 프로배구의 선수 수급과 대학배구의 선수 육성을 별개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학은 선수들이 프로 진출을 준비하며 경기 경험과 기량을 쌓는 중요한 육성 과정인 만큼 하나의 연결된 구조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OVO에 ▲올해 신인선수 드래프트는 현행 제도로 진행하고 ▲향후 제도 변경이 필요할 경우 대학배구연맹 및 관계자들과 충분히 사전 협의하며 ▲드래프트 조정위원회 등을 통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제도를 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학배구연맹은 "프로배구와 대학배구는 선수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통해 함께 성장해야 하는 관계"라며 "프로의 선수 수급만을 고려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선수와 대학, 프로배구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제도 변경이 대학배구 현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KOVO와 대학배구연맹, 프로배구 관계자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공식적인 협의의 장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