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현장에서 가장 매혹적이면서도 공허한 단어는 단연 '만약(If)'이다. 이번 시즌 후반기 SSG 랜더스 소속 외국인 투수 페드로 아빌라(29)의 압도적인 투구를 지켜보며 "그 선수가 조금만 더 일찍 합류했더라면 팀 순위 싸움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현장의 한 야구인은 냉정한 일침을 날렸다. 그것 또한 무적의 논리라는 '결과론'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아빌라는 지난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86구를 던져 4피안타 1사사구 11탈삼진 1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4회 빅터 레이예스에게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허용한 뒤 전민재에게 적시타를 맞아 내준 1실점이 이날 유일한 흠이었다. 최고 시속 154㎞에 달하는 빠른 공과 함께 커브, 체인지업, 커터 등 예리한 변화구를 앞세워 롯데 타선을 잠재웠고, 종전 한 경기 최다 탈삼진(3차례 8탈삼진) 기록을 훌쩍 넘어서며 무려 11개의 탈삼진을 쓸어 담았다. 타선에서는 전의산의 결승 솔로포를 포함해 6회와 7회 각각 2점씩 지원했고, 팀이 4-1로 승리하며 아빌라는 시즌 7승(1패)째를 수확했다. 아빌라의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도 종전 1.41에서 1.39까지 더 낮췄다.
후반기를 앞두고 앤서니 베니지아노의 대체 외인으로 SSG 유니폼을 입은 아빌라는 7월 16일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11경기에서 무려 71이닝이나 책임졌다. 이번 시즌 최다 이닝 부문 1위 제임스 네일(KIA)조차 미치지 못한 경기당 평균 6⅓이닝을 소화하며 SSG 후반기 반등의 일등 공신으로 우뚝 섰다.
등판할 때마다 압도적인 피칭을 이어가자 야구계 안팎에서는 자연스럽게 '아빌라가 개막전부터 함께 뛰었다면 가을야구 경쟁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을 것'이라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베테랑 야구인 A씨의 시선은 단호했다. 최근 스타뉴스와 만난 A씨는 "아빌라가 후반기 최고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더 일찍 합류했더라면'이라는 말은 철저히 무의미한 가정에 불과하다"며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조기 합류가 무조건적인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A씨는 "개막전부터 풀타임을 치렀다면 한여름 체력 저하와 부상 변수, 타 구단들의 정밀 분석에 따른 집중 견제를 고스란히 겪어야 했을 것"이라며 "지금의 활약은 상대 배터리와 타자들의 데이터 공백 덕을 본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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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야구인은 현재 은퇴한 선수의 유명한 발언도 소개했다. A는 "야구에 만약이라는 단어는 없다. 누군가가 말한 적이 있다. 모든 것에 '만약'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모든 팀이 우승할 것이라 했다. 100% 맞는 이야기다. 결과론적인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사실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프런트의 영입 결단 타이밍이나 지나간 경기를 가지고 '만약'이라는 방패 뒤에 숨겨서는 안 된다"며 "선수의 뛰어난 퍼포먼스는 다가오는 시즌 구상을 위한 객관적 지표로 삼아야지, 지나간 성적의 아쉬움을 달래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