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정승우 기자] 태극기가 마침내 나고야 한복판에서 펄럭였다. 탁구 스타 신유빈과 조정 대표 김동용이 태극기를 앞세운 가운데 대한민국 선수단이 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1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개회식을 열고 16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하계 아시안게임은 통상 4년마다 열리지만 2022 항저우 대회가 코로나19 여파로 2023년에 개최되면서 이번 대회는 3년 만에 열리게 됐다. 일본에서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 것은 1958 도쿄, 1994 히로시마 대회 이후 32년 만이자 역대 세 번째다.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 국가올림픽위원회와 난민팀 등 1만여 명이 참가한다. 43개 종목과 71개 세부 종목에서 469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한국은 빠델과 크리켓을 제외한 41개 종목에 선수와 임원 1100여 명을 파견했다.
대회 슬로건은 'Imagine One Asia(하나의 아시아를 상상하다)'다. 일본어로는 '여기서, 하나로'라는 의미를 내세웠다. 개회식은 선수와 관중의 단결, 아시아 국가들의 다양성과 연대를 담은 ‘하모닉 하트비트’를 주제로 진행됐다. 메인 무대도 하트 형태로 꾸며졌다.
선수단 입장은 영문 국가명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Korea'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한민국은 카자흐스탄과 쿠웨이트 사이인 16번째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공동 기수는 신유빈과 김동용이었다. 두 선수는 나란히 태극기를 잡고 대열의 가장 앞에 섰다. 신유빈과 김동용이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자 한국 선수단도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트랙을 행진했다.
관중석에서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등이 태극기를 흔들며 선수단을 맞았다.
특히 신유빈에게 이날 태극기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불과 이틀 전 일본 입국 당시에는 태극기를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상현 선수단장이 이끄는 한국 선수단 본단은 지난 17일 아이치현 도코나메 주부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했다. 당시 신유빈과 배드민턴 남자 복식 간판 서승재가 출입국 기수를 맡아 태극기를 들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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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경찰과 공항 당국이 보안 및 자체 규정을 이유로 이를 제지했다. 대한체육회는 깃대를 제외하고 태극기만 들고 입국하는 방안까지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유빈과 서승재는 결국 태극기 없이 선수단 선두에 서야 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적용됐던 2020 도쿄 올림픽을 제외하면 국제종합대회 개최지에 입국하는 한국 선수단이 태극기를 들지 못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공항에서 빈손으로 걸어야 했던 신유빈은 이틀 뒤 개회식에서 마침내 태극기를 들었다. 김동용과 함께 한국 선수단을 이끌고 나고야 한복판을 당당하게 행진했다.
북한은 영문 국호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에 따라 중국에 이어 8번째로 입장했다. 복싱의 황효순과 탁구의 우태룡이 인공기를 들고 대열을 이끌었다.
북한 선수들은 양팔을 크게 벌려 관중에게 인사했고 지정된 자리로 이동한 뒤에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개회식을 즐겼다. 북한은 남녀 축구와 역도, 레슬링 등 14개 종목에 선수 107명을 파견했다.
선수단 입장이 끝난 뒤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와 셰이크 조안 빈 하마드 알사니 OCA 의장이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어 나루히토 일왕이 공식 개회를 선언했다.
선수 대표 선서는 육상의 다나카 유리와 아카마쓰 료이치가 맡았다. 다나카는 아이치현, 아카마쓰는 일부 종목이 분산 개최되는 기후현 출신이다.
성화는 레슬링의 후지나미 아카리와 수영의 기타지마 고스케, 육상의 이토 고지, 배드민턴의 다카하시 아야카를 거쳐 2004 아테네 올림픽 해머던지기 금메달리스트 무로후시 고지에게 전달됐다.
무로후시는 아시안게임 해머던지기에서 다섯 차례 금메달을 따낸 아버지 무로후시 시게노부와 함께 성화대 계단을 올라 대회의 불꽃을 밝혔다. 이후 공연과 불꽃놀이가 이어지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개회식은 일본 전통문화와 레이저, 드론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진행됐다. 다만 3만 석 규모의 관중석 곳곳에서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이번 대회는 개막 전부터 선수촌 숙소와 식사, 선수단 수송 문제 등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다. 한국 남자 하키 경기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재생됐고, 여자 핸드볼 경기에서는 양 팀 국가가 모두 나오지 않는 사고도 발생했다.
운영 논란 속에서도 대회의 막은 올랐다. 한국은 20일 근대5종과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테크볼 등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오후 7시 40분에는 남자 농구대표팀이 개최국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