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빨리 가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이영준(그라스호퍼)이 마침내 첫 경기를 소화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22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최종 2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었다.
지난 15일 카타르와 1차전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한 경기 만에 8강 진출을 확정했던 한국은 사우디까지 제압하며 2연승, 조 1위(승점 6)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한국은 오는 25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C조 2위 베트남과 8강전을 치른다.
이날 또 하나 반가운 장면이 있었다.
대표팀의 '마지막 퍼즐' 이영준이 마침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영준은 후반 33분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 황도윤(FC서울)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추가시간까지 약 15분을 뛰며 이번 대회 첫 경기를 소화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훨씬 일찍 대표팀에 합류했어야 했다.
스위스 프로축구 그라스호퍼에서 뛰는 이영준은 이번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카타르와 조별리그 1차전을 하루 앞둔 14일께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소속팀 사정으로 출국이 계속 미뤄졌다. 대한축구협회와 합류 시기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던 그라스호퍼가 구단 수뇌부 교체 등 여러 변수 속에서 확답을 주지 못했다. 결국 이영준은 카타르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협회가 관계자를 현지에 보내 논의한 끝에 이영준은 사우디전을 하루 앞둔 21일에야 나고야에 도착했다.
이영준에게도 답답한 시간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영준은 "전반을 보면서도 계속 경기에 뛰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스위스에서 이전 경기를 지켜봤는데 (김)명준(KRC헹크)이가 너무 잘해줬고 역할도 잘했다. 무조건 제가 뛰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명준이가 좋은 흐름을 가져가고 있으니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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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영준은 "다음 경기는 감독님의 선택이지만 좋은 흐름을 가져가고 있는 명준이가 또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합류가 계속 늦어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영준은 "당연히 컨디션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멀리서 왔지만 시차가 얼마나 크겠나 생각했다"면서도 "어제 운동했을 때는 몸이 좋아서 '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운동장에서 몸을 풀면서 '이게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힘들기는 했다"고 말했다.
합류가 미뤄진 시간은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이영준은 "너무 정신이 없었다. 구단에서는 며칠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고, 저도 위에 얘기해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그 시간이 저한테는 너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구단 상황도 계속 좋지 않았고, 저한테는 소속팀도 중요하고 대표팀도 정말 중요한 곳이다. 양쪽으로 계속 연락하면서 바빴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대표팀 동료들의 연락은 힘이 됐다. 이영준은 "당연히 연락은 계속했다. (김)지수(브렌트포드)나 (배)준호(스토크시티)가 연락을 너무 많이 해서 피곤하기는 했는데, 저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을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저를 계속 찾아주는 게 기분이 좋더라"고 덧붙였다.

이민성 감독과도 꾸준히 소통했다. 이영준은 "감독님과 계속 자주 연락했다"며 "감독님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제가 팀에 들어왔을 때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서 계속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민성 감독이 특히 강조한 것은 최전방에서 버텨주는 역할이었다.
이영준은 "일단 위에서부터 버텨주는 것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며 "팀이 하나가 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전했다.
대표팀 동료들과도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이영준은 "(이)기혁(강원FC)이 형을 필두로 막내인 승수까지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것 같으면서도 세대 차이가 조금 나기는 한다"며 웃었다.
이어 "(박)승수는 신기한 선수다. 재미있고 귀엽기도 하다"며 "기혁이 형은 고등학교 때부터 봤는데 여기서 다시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실전 준비는 합류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영준은 "15분 정도 뛰었지만 감독님이 계속 컨디션이 어떠냐고 물어보셨고, 저는 계속 뛰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며 "피지컬 코치님과도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오전에도 몸을 풀면서 준비했다. 상황이 되면 무조건 들어갈 수 있으니 준비하라고 해서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한국이 앞서면서 비교적 부담을 덜고 첫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이영준은 "제가 들어가기 전에 김명준과 신민하(강원FC)가 골을 넣어줘서 편한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진짜 승부다. 한국은 25일 베트남과 8강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이영준 역시 금메달을 향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무조건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 게 맞다. 둘 중 하나는 떨어지고 누군가는 이기는 것"이라며 "질 생각은 절대 1도 없다. 저희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 하나 빠짐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 앞에서 뛰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면 뒤에서 준비하고 있는 좋은 선수들이 꼭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