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무대에서 베테랑 선수가 기나긴 침체기를 딛고 바닥에서 다시 치고 올라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교수' 서건창(37·키움 히어로즈)은 보란 듯이 해냈다. 2021시즌 이후 무려 5년 만에 세 자릿수 안타(100안타) 고지를 밟으며 완벽한 부활을 알린 것이다.
오랜 시간 서건창을 지켜봐 온 키움 사령탑인 설종진(53) 감독은 최근 스타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그의 반등을 이끈 결정적 비결로 '친정팀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꼽았다. 설 감독은 "과거 커리어에서 어느 정도 정상에 오른 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을 것이다. 타 팀을 거치며 힘든 시간도 보냈다. 하지만 마침내 '우리 집'인 히어로즈에 돌아오면서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고 짚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키움 복귀 초기만 해도 구단은 그를 주전보다는 젊은 야수들을 이끌어줄 플레잉코치 개념의 베테랑 백업으로 여겼다. 하지만 서건창은 비시즌 동안 철저한 몸 관리로 준비를 마쳤고, 자신을 다시 불러준 친정에 대한 고마움과 절실함을 편안한 마음가짐에 녹여냈다. 심지어 시범경기에서도 불운한 손가락 골절상까지 당하며 정규리그 첫 출장도 다소 늦었다.
5년 만에 다시 밟은 100안타는 그가 왜 '서교수'라 불렸는지를 입증하는 교타자의 확실한 방증이다. 사령탑은 서건창의 냉철한 자기 객관화에 주목했다. 설 감독은 "선수 본인이 장타자가 아니라는 것을 무엇보다 잘 안다. 무리한 홈런 욕심 대신 자신의 최대 강점인 콘택트와 출루, 그리고 기본기에 충실한 수비에 집중한다"며 욕심을 내려놓고 정체성을 되찾은 결단이 부활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설 감독이 가장 높이 산 것은 서건창의 '한결같은 태도'였다. "(설 감독이 프런트에 있던 당시) 육성선수 테스트를 받던 시절부터 봤지만, MVP에 오른 2014시즌이나 지금이나 훈련 태도와 인성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작은 배려에도 늘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선수이기에 주변 모두가 잘되길 응원하게 된다"고 웃었다.
말보다 그라운드 위 행동으로 끈기와 기본기를 증명하는 서건창의 플레이는 후배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고 있다. 익숙한 친정 품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다시 정교한 방망이를 뽐내고 있는 서건창의 클래스는 히어로즈 팬들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