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충격적인 조기 탈락이다. 한국 태권도 간판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8강에서 덜미를 잡혔다.
김유진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겨루기 여자 57㎏급 8강전에서 복병 장추링(중국)에게 라운드 점수 0-2(5-9 8-14)로 완패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 챔피언의 메달권 진입 실패라는 예상 밖의 충격적인 결과다. 김유진은 지난 2024 파리 올림픽 당시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 24위라는 불리한 위치에서도 세계 1, 2, 4, 5위를 차례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국 여자 태권도의 자존심이었다.
이미 2021년과 2024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던 김유진은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른 뒤 2027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석권해 대망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정조준했지만, 8강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직전 2022 항저우 대회 동메달에 이은 2회 연속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도 물거품이 됐다.
이날 첫 경기였던 16강전만 해도 흐름은 완벽했다. 김유진은 카시시 말리크(인도)를 상대로 시종일관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라운드 점수 2-0(18-3 17-2)으로 완승을 거두고 산뜻하게 8강에 안착했다.
하지만 8강에서 만난 장추링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세계 랭킹 30위인 장추링은 김유진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직접 가장 까다로운 난적으로 지목했던 복병이었다. 1라운드 초반 김유진은 주특기인 몸통 발차기 공격으로 먼저 2점을 올리며 기선을 잡았다. 하지만 라운드 막판 장추링에게 연속으로 몸통과 머리 발차기 공격을 허용해 2-7로 역전당했다. 이후 머리 공격을 성공시키며 추격에 나섰지만 라운드 종료 직전 또다시 몸통 발차기를 얻어맞으며 5-9로 1라운드를 내줬다.
벼랑 끝에 몰린 2라운드 흐름은 더욱 아쉬웠다. 김유진은 라운드 중반까지 공격적인 운영을 펼치며 8-2까지 점수 차를 벌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듯했다. 그러나 2라운드 막판 급격히 집중력이 흔들리며 상대의 매서운 반격에 머리 발차기를 연거푸 허용했다. 여기에 감점까지 떠안으면서 순식간에 8-14로 전세가 뒤집혔고, 결국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독자들의 PICK!
김유진은 파리 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지난해 우시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올해 로마 및 무주 그랑프리 은메달을 수확하며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해왔기에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2023년 열린 항저우 대회 준결승에서 당시 세계 최강 뤄쭝스(중국)에게 패했던 아쉬움을 털어내려 했지만, 또 한 번 중국 선수의 벽에 가로막히며 자신의 두 번째 아시안게임을 노메달로 쓸쓸하게 마무리했다.
김유진마저 조기 탈락하면서 종주국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부진도 한층 깊어졌다. 한국은 전날부터 진행된 이번 대회 태권도 겨루기 종목에서 단 한 명도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한 채 동메달 2개를 따내는 데 그치며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