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정승우 기자] 울면서 토하고 머리카락까지 잘랐다. 무릎을 꿇고 3분만 더 달라고 빌었다. 그렇게 첫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를 잃은 선수에게 돌아온 말은 "이대로 마무리가 되어야 조용히 끝낼 수 있다"였다고 한다. 정수진(20, 용인대)이 계체 실격 당시의 절박함과 이후 대응에 대한 억울함을 직접 밝혔다.
정수진은 4일 개인 소셜 미디어에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지도자들의 안내를 믿고 식사한 뒤 뒤늦게 계체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실격 이후에는 당시 경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개인 부주의로만 비난받았다고 호소했다.
정수진은 지난달 3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48kg급 16강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기 당일 무작위 계체에서 허용 체중인 50.4kg을 100g 초과해 실격됐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상대와 겨뤄보지도 못했다.
그가 밝힌 당시 상황은 '체중을 관리하지 못한 선수'라는 설명만으로 담기 어려웠다.
정수진은 전날 공식 계체를 통과했고, 경기 당일 아침에도 추첨 전까지 허용 체중을 맞춰놓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감독과 코치가 추첨 결과를 확인하고 자신은 계체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혹시 몰라 다시 물었지만 같은 답을 들었다고 했다. 체중을 많이 감량했으니 식사하며 회복하라는 지도자들의 말을 믿고 죽과 바나나, 이온음료를 섭취한 뒤 첫 경기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계체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종료 15분 전이었다고 주장했다.
남은 시간 동안 정수진은 어떻게든 출전 기회를 살리려 했다. 그는 "그때부터 먹은 것을 모두 토하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계속 뛰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든 체중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입장문에는 "마지막 15분 동안 울면서 토하고, 잘려 나간 머리카락과 무릎을 꿇고 3분만 시간을 달라며 빌었던 제 모습"이라는 표현도 담겼다.
체중은 끝내 허용 한도보다 100g 많았다. 오랫동안 준비한 첫 아시안게임은 매트에 오르기 전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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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실격 이후의 대응이었다.
그는 "지도자 선생님께서는 미안하다며 저한테 할 말이 없으시다며 한국 돌아가면 본인들이 책임지겠다는 말만 남기신 채 남은 선수들을 지도하기 바쁘셨다"라고 적었다.
자신 역시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들게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남은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는 동안 당시 경위를 공개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취지다.
기다리는 사이 자신을 향한 비난과 억측은 이어졌다고 호소했다.
정수진은 대한유도회가 당시 상황을 바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부주의로 계체를 통과하지 못한 것처럼 취재진에 전달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확인이 필요한 쟁점이 있다. 유도회가 취재진에게 실제로 어떤 설명을 했는지, 지도자들의 안내 착오를 언제 파악했는지 등은 별도로 확인돼야 한다. 다만 정수진은 자신의 실격이 개인의 부주의로만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당시 과정을 밝힐 필요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귀국 당일 들었다는 말도 공개했다.
정수진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오늘 아침 감독님께서는 저에게 이대로 마무리가 되어야 조용히 끝낼 수 있다고 말하셨습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에 돌아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선수에게, 이번에는 조용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 전해졌다는 주장이다. 해당 발언의 정확한 맥락과 감독의 설명은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정수진의 입장문에서는 당시 경위를 밝히고 싶었던 선수와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는 지도자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정수진은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계체 추첨 결과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동시에 지도자의 말을 따르는 것 역시 선수에게는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 잘못이 없다는 걸 전하려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전달됐으면 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입장문을 공개하는 일에도 두려움이 있었다. 정수진은 이런 글을 올리면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럼에도 계체 탈락 선수로 낙인찍힌 채 눈치를 보며 운동하는 것보다 억울한 부분을 직접 해명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선수가 허용 체중을 넘긴 사실과 그 체중을 넘기게 된 경위는 함께 살펴야 한다. 정수진의 설명대로 두 차례 잘못된 안내가 있었고 이를 믿고 식사했다면, 실격의 책임을 선수 한 명에게만 돌릴 수 없다.
사건을 조용히 끝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히 확인하는 일이다. 계체 대상 확인과 전달 과정, 실격 이후의 보고와 대외 설명까지 살펴야 한다. 지도자와 대한유도회도 정수진이 제기한 주장에 구체적으로 답할 필요가 있다.
정수진은 마지막 순간까지 출전하려 애썼다고 밝혔다. 자신의 잘못도 인정했다. 그가 요구한 것은 실격 결과를 없애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선수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출발점도 그 사실 확인이어야 한다.
다음은 정수진 입장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유도 국가대표 정수진입니다.
이번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계체 탈락에 관하여 무분별한 비판과 비난에 대해 정확한 사실과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공식 계체를 힘들게 통과했고, 아침 계체 기준인 50.4kg도 시합 당일 아침까지 음식 조절을 하며 추첨 시간 전까지 다 맞춰놓았습니다.
시합 당일 아침 계체 추첨 결과가 나왔고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확인하신 후 같은 팀 남자 선수 한 명만 걸렸다며 저는 계체 대상이 아니라고 전달해 주셨습니다.
혹시나 해서 재차 확인을 위해 한 번 더 여쭤봤으나 계체에 걸리지 않았다고, 체중을 많이 감량하였으니 얼른 천천히 밥 먹고 회복을 시키라는 말씀에 저는 그 말씀을 믿고 첫 경기를 준비하였습니다.
오픈 경기였고 아침부터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몸을 풀었기 때문에 첫 경기를 위해서는 빠른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략 죽 300g, 바나나 200g, 이온음료 600g 정도를 섭취하고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계체 종료 15분 전에 제가 계체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먹은 것을 모두 토하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계속 뛰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든 체중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으나 15분이 지났고 100g 오버로 맞추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간절히 준비하였던 인생의 첫 아시안게임을 계체 탈락으로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시합을 뛰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계체 추첨 결과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제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선수가 지도자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듣고 시합 전까지 계속 몸을 풀면서 첫 경기를 준비하고자 했던 제 행동이 결과적으로 100g을 넘겨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어 너무 속상하고 아쉽습니다. 제가 가서 확인하지 못한 제 잘못에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켜봐 주셨던 모든 분들께도 죄송하게만 느껴집니다.
이 일이 일어난 이후 지도자 선생님께서는 미안하다며 저한테 할 말이 없으시다며 한국 돌아가면 본인들이 책임지겠다는 말만 남기신 채 남은 선수들을 지도하기 바쁘셨고, 저 또한 저로 인해 남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하여 힘들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대한유도회 측에서는 이 사실을 바로 알리지 않고 그저 개인 부주의로 아침 계체를 탈락한 것이라는 식으로 기자분들께 말씀을 전하였는지 그로 인해서 저에 대한 비난과 무수히 많은 억측들이 끊이질 않아 제대로 된 사실을 전달하고자 하여 글을 쓰게 됐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오늘 아침 감독님께서는 저에게 이대로 마무리가 되어야 조용히 끝낼 수 있다고 말하셨습니다.
제 잘못이 없다는 걸 전하려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전달되었으면 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유도를 사랑하며 살았고 지금까지 흘린 피와 땀, 눈물을 흘리며 노력했던 시간과 준비해 온 과정, 그리고 마지막 15분 동안 울면서 토하고, 잘려 나간 머리카락과 무릎을 꿇고 3분만 시간을 달라며 빌었던 제 모습까지.
그 모든 순간을 돌아보니, 그토록 간절했던 제가 한없이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그동안의 과정과 제 입장을 직접 남기고자 합니다.
제가 이런 글을 올리면 저는 더 이상 선수 생활을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국가 망신 계체 탈락 선수로 낙인찍히며 눈치 보고 온전치 않은 정신 상태로 운동을 계속 이어가는 것보단 제 입장을 확실히 밝히며 억울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해명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국가대표로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점, 그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여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