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군에서 오래 뛰어서 형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어요. 차도 한 대 사주겠습니다."
KT 위즈 1라운드 신인 이승원(18·유신고)이 프로 입단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자신을 야구의 길로 이끌어준 친형이었다.
이승원은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의 '루키 데이'에 참석해 2027년 신인 선수 10명과 함께 처음으로 홈팬들에게 공식 인사를 했다.
KT는 지난달 21일 열린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이승원을 지명했다. 지난해 왼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MCL) 수술을 받아 3학년 시즌 6경기 5⅔이닝만 소화했지만, 190㎝의 신체조건과 좌완이라는 희소성, 안정적인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나도현 KT 단장은 지명 직후 "1라운드에서는 이승원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할 만큼 확신을 보였다.
프로 지명 후 일상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수원에서 학교를 다니는 만큼 주변에는 KT 팬들이 많았다. 이승원은 "학교에서도 KT 팬인 친구들이 많다.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도 와서 사인해달라고 한다"며 "주변에서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웃었다.
4일에는 그 변화가 더욱 실감 났다. 이전까지 수원KT위즈파크를 세 차례 관중으로 찾았지만, KT 선수로 직접 그라운드를 밟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승원은 "팬분들이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다"며 "그냥 야구장을 밟기만 했는데도 너무 긴장됐다. 나중에 마운드에 서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라 의미는 더 컸다. 이날 KT는 신인 11명과 그 가족들을 초대해 시구 행사까지 진행하면서 루키 데이에 의미를 더했다. 이승원은 "시구라는 게 처음이라 뜻깊고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부모님과 같이 야구장에 와서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이제는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간을 잘 남길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좋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족은 야구 인생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특히 먼저 야구를 시작한 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글러브를 잡았다. 형은 동생의 프로 지명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부터 건넸다. 이승원은 "형이 '실감이 안 난다. 고생했다'고 계속 말했다"면서도 "앞으로 더 고생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부모님이 뒤에서 밀어주는 게 아니니까 혼자 해야 하고,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면서 내가 한 건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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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형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답도 분명했다. 이승원은 "이렇게 야구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조금 더 성공해서 1군에서 오래 뛰고 형의 자랑거리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2라운드 신인 최지만(35)이 "차 하나 사준다고 빨리 말해"라고 장난스럽게 거들자 이승원도 곧바로 "차 하나 사주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최지만은 다시 "적어주세요. 제목에다가"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어쩌면 야구와 인연은 태어난 날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이승원이 태어난 2008년 8월 23일은 한국 야구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쿠바를 꺾고 9전 전승 금메달을 따낸 날이다. 훗날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승원은 "나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고등학교에 와서 우연히 봤는데 그날이 딱 금메달을 딴 날이더라"며 "그때 딱 생각한 게 '나는 야구의 아들이다'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야구를 해오며 한때 바라본 투수는 원태인(26·삼성 라이온즈)이었다. 대구 출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삼성 경기를 접했고, 경기 운영과 완급 조절이 뛰어난 원태인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러나 KT 유니폼을 입은 지금은 새로운 선배가 눈에 들어온다. 같은 유신고 출신 대선배 소형준(25)이다. 이승원은 "KT 선발투수 하면 내 머릿속에는 소형준 선배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선발투수에게는 흔들리지 않고 편안한 느낌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조건에 가장 합당한 선수라고 생각해서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KT에는 소형준뿐 아니라 이승원에게 익숙한 유신고 선배들이 더 있다. 이승원은 이강민(19)과 군 복무 중인 오서진(20)에게도 축하 연락을 받았다. 그는 "두 형 모두 너무 축하한다고, 빨리 같이 경기하고 싶다고 연락해줬다"며 "아무래도 선배님들이 많다 보니까 적응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구단보다 조금 수월할 것 같다. 내가 할 것만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다만 프로 첫해부터 무리하게 결과를 쫓지는 않을 생각이다. 이승원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따로 있다. '건강'이다. 고교 마지막 시즌까지 그를 따라다닌 단어가 팔꿈치였다. 수술과 재활을 거쳐 복귀했지만, 주변의 시선도 늘 팔 상태로 향했다.
이승원은 "고등학교 때 수술을 겪고 3학년 시즌 끝날 때까지도 발목을 잡히는 느낌이었다"며 "사람들이 항상 나를 보면 '팔은 이제 괜찮냐?', '조금 아픈 것 같은데'라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들으면 동기부여가 됐지만, 또 어떻게 들으면 스트레스이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프로에서는 바로는 아니더라도 내년 후반기에는 진짜 든든하고 튼튼한 몸을 만들어서 안 아프고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날 태어나 형을 따라 야구를 시작했고, 원태인을 바라보며 투수의 꿈을 키웠다. 고교 시절에는 팔꿈치 수술이라는 시련도 겪었다. 이제 KT의 선택을 받아 자신의 연고지 수원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그 출발점에서 가장 먼저 내건 약속은 신인왕도, 몇 승이라는 숫자도 아니었다. 건강한 몸으로 1군에서 오래 살아남아 자신을 야구의 길로 이끌어준 형의 자랑거리가 되는 것. 그리고 언젠가 약속한 '차 한 대'까지 정말 선물하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