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가까이 그라운드를 누빈 김민성(38·롯데 자이언츠)이 정든 유니폼을 벗었다. 화려한 기록보다 자신이 야구를 대했던 자세를 기억해 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민성은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언젠가 그만두겠지라고 생각은 계속하고 있었는데 사실 실감이 안 났다. 그런데 은퇴한다고 기사가 나간 뒤부터 확 와닿았다. 그날 이후로 잠도 설치고 마음도 이상하고,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느끼고 있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은퇴를 결심한 건 마지막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였다. 올해 김민성은 1군 17경기에서 타율 0.138(29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에 그쳤다. 지난달 10일 KT전에서 2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한 뒤 2군으로 향했고, 다시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렇게 김민성의 KBO 통산 성적은 1844경기 타율 0.266(5546타수 1476안타) 137홈런 772타점 697득점, 출루율 0.339 장타율 0.398로 마무리됐다.
김민성은 "아내와 가족들에게 이제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가족들과 상의한 다음 시간이 지나 구단과 면담하고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김민성은 "솔직히 지금까지 온 것도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만 생각했다면 시즌 초중반에 구단과 면담하고 결정했을 텐데, 시즌 중이고 혼자만의 결정을 하기 싫어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한 뒤 은퇴를 알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마음이 안 좋다"고 아쉬워했다.


김민성에게 롯데는 특별한 팀이다. 고명초-잠신중-덕수정보고를 졸업한 그는 2007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첫 두 시즌 동안 1군 출전은 24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9년 조성환의 부상으로 생긴 내야 공백을 메우면서 기회를 잡았다. 그해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8, 4홈런 37타점 51득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0년에는 박기혁의 부상으로 유격수까지 맡았다. 점차 주전으로 자리 잡던 그해 7월 황재균을 롯데로 데려오는 트레이드에 포함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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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민성의 마음속에서 롯데는 떠난 적이 없었다. 그는 "롯데는 나의 첫 번째 팀이었고 나를 실력으로 인정해 줬으며, 프로 선수로서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선택해 준 팀이다. 트레이드로 떠났지만, 단 한 번도 롯데를 남의 팀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부산에 원정을 와도 내 팀이라는 생각이 항상 마음속에 있었다"고 돌아봤다.
넥센에서 김민성은 리그 정상급 내야수로 성장했다. 2013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5개)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타율 0.303으로 생애 첫 3할 타율을 달성했다. 이듬해에는 141경기에서 타율 0.306, 17홈런 90타점으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통해 LG로 이적했다. 주전 3루수로 활약하다 점차 역할이 달라졌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베테랑으로 팀에 기여했다.


특히 2023년 염경엽 감독과 재회한 뒤에는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9, 8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오지환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유격수로 나서는 등 내야 곳곳을 책임졌고, LG의 29년 만의 통합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김민성 개인에게도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그리고 2024년 1월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LG와 최대 3년 총액 9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한 뒤 김민수와 맞바꾸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14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당시 롯데는 안치홍의 이적과 한동희의 군 입대로 내야진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었다. 구단은 김민성의 다양한 수비 포지션 소화 능력뿐 아니라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될 리더십에도 기대를 걸었다.
김민성 역시 친정팀으로 돌아올 때 분명한 꿈이 있었다. 오랜 기간 가을야구에서 멀어진 롯데가 다시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는 "롯데에 다시 돌아오면서 꿈을 가지고 왔다. 계속 성적이 안 나오고 부족했지만, 언젠가 무조건 4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복귀 첫해인 2024년에는 35경기 출전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96경기에서 타율 0.243, 3홈런 35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출전 기회가 더욱 줄었다. 김민성은 "3년 동안 있으면서 느낀 게 많다. 혼자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혼자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선수와 구단 분들이 함께 이어 나가야 좋은 마무리가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타깝지만 나는 가더라도 지금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년이든 후년이든 롯데가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꾸준하게 상위권에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올 시즌 김민성은 젊은 선수들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단순히 좋은 말만 해주는 선배보다는 팀을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는 선배가 되고 싶었다. 그는 "좋은 소리만 하고 눈감고 넘어갔다면 이 정도 관계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후배들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내가 어떤 선배인지 느꼈다고 생각한다"며 "쓴소리나 잔소리했을 때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느꼈으니 그걸로 됐다"고 전했다.
긴 선수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2009년 5월 14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을 꼽았다. 당시 김민성은 만루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6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1군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김민성은 "사직야구장에서 첫 홈런을 쳤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만루홈런이었고 6타점을 했던 경기였다"며 "그런 경기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야구할 수 있었을까 싶다. 1군에 올라오고 싶어도 못 올라오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 한 경기의 임팩트가 내 야구 인생에서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히어로즈와 LG에서 보낸 시간도 빼놓을 수 없었다. 김민성은 "어렸을 때는 날것이었다면 트레이드를 통해 성숙해진 것 같다. 히어로즈에서는 주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앞만 보고 치열하게 전쟁했다. LG로 넘어가서는 개인의 욕심뿐 아니라 팀원과 구단, 팀워크가 어떻게 돼야 좋은 성적이 나오는지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제 김민성은 새로운 인생을 준비한다. 당장 지도자로 복귀할 계획은 없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새로운 분야에도 열심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팬들을 향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김민성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잠을 못 잤다. 행복한 스트레스였다"며 "내가 야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팀과 후배들을 어떻게 생각하는 선수인지 알아주신 것 같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떠난다"고 떨리는 마음을 고백했다.
한편 이날 상대 팀 사령탑으로 사직을 찾은 염경엽(58) LG 감독에게도 김민성의 은퇴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넥센 시절부터 함께하며 성장을 지켜본 제자였기 때문. 염 감독은 "안 그래도 (김)민성이가 은퇴한다고 연락이 왔다. 선수 때부터 워낙 성실했고 자기 야구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제2의 인생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시작 30분 전에는 많은 관중의 환호 속에 은퇴식도 진행됐다. 헌정 영상이 나온 뒤 친정팀 롯데 선수단과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LG 선수단이 모두 나와 김민성의 은퇴를 축하했다. 딸 김다미 양의 시구를 받으며 경기 시작을 알렸다.
팬들 앞에 선 김민성은 "먼저 롯데 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대표님, 단장님, 감독님, 코치님, 선수단 모두의 도움 덕분에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울러 LG트윈스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롯데 유니폼을 처음 입었을 때가 기억난다. 처음도 롯데, 마지막도 롯데라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신인 때부터 롯데 팬 분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 앞으로도 잊지 않겠다. 롯데라는 팀이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까지 롯데를 응원하겠다. 그동안 야구 선수 김민성을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그라운드를 떠나더라도 모범이 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그동안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