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심차게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던 LA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무대에서 4연패 굴욕을 당하며 허무하게 짐을 쌌다. 그러나 탈락의 충격보다 더 씁쓸함을 남기는 것은 시리즈 종료 직후 불거진 황당한 '치팅 의혹'이다.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한 일부 극성팬들과 현지 미디어가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
다저스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NLCS 4차전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에 4-6으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0승 4패로 스윕 탈락했다. 정규시즌 103승을 거둔 밀워키의 탄탄한 전력 앞에 완벽히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미국 뉴욕 포스트 등에 따르면, 경기 직후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밀워키가 다저스 투수들의 투종을 미리 알고 타석에 들어섰다"는 음모론이 들불처럼 번졌다. 불법적으로 사인을 훔쳐 전달받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음모론을 제기한 이들이 내세운 근거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밀워키의 제이크 바우어스가 2차전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12구까지 가는 혈투 끝에 볼넷을 골라낸 장면, 그리고 3차전 블레이크 스넬, 4차전 타일러 글라스노우를 상대로 펼친 끈질긴 풀카운트 승부가 타깃이 됐다. 상대 에이스들의 위력적인 공을 너무 잘 참아냈다는 것이 이유다.
여기에 정규시즌 좌완 투수를 상대로 107타수 동안 단 1개의 홈런에 그쳤던 개렛 미첼이 시리즈 기간 스넬과 태너 스콧 등 리그 최정상급 좌완을 상대로 2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자 의심은 확신으로 둔갑했다. 불리한 데이터를 극복하고 귀중한 장타를 때려내는 야구 본연의 묘미를 두고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의 억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황당한 억측에 기름을 부은 인물은 다저스 전담 라디오 '다저 토크'의 진행자 데이비드 바세였다. 그는 2차전 도중 복수의 현역 선수들로부터 "밀워키 타자들이 야마모토의 구종을 이미 알고 치는 것 같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공론화했다. 이어 신시내티 레즈의 전설적인 타자 조이 보토에게 야마모토의 '투구 버릇' 노출 가능성을 묻기도 했다. 보토는 "밀워키가 무언가를 포착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논란의 본질은 여기서 드러난다. 투수의 버릇을 간파하는 것은 명백히 '합법적인 전력 분석'이자 야구의 중요한 기술이다. 투수의 그립, 글러브 각도, 릴리스 포인트의 미세한 차이를 연구해 타석에서 공략하는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 내내 이어져 온 정상적인 분석이다. 다저스의 맥스 먼시 역시 투수들의 버릇을 철저히 분석한다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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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그라운드에서 참패를 지켜본 다저스 벤치는 담담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4차전 패배 직후 "우리가 졌다"라며 완패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익명의 제보나 비겁한 변명 뒤로 숨지 않고 상대의 완벽한 경기력을 존중한 것이다.
밀워키는 막강한 투수진, 정교한 타격, 기민한 주루 플레이와 흠잡을 데 없는 수비력으로 4경기 내내 다저스를 압도했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몰래카메라나 암호 해독기가 아니라 더 훌륭한 야구 실력뿐이었다.
1982년 이후 무려 44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에 진출한 밀워키는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챔피언의 왕좌에서 내려온 다저스 팬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음모론 뒤에 숨는 추태가 아니다. 뉴욕 포스트 역시 "그만큼 어처구니 없는 패배"라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