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우 선수가 그렇게 저평가 될 선수는 아닌데..."
경기 전 쏟아진 최형우(43·삼성 라이온즈)의 수비에 대한 우려에 박진만(50) 감독은 잘라 말했다. 그리고 최형우는 단순히 실책 없는 수비가 아닌 KIA 타이거즈에 찬물을 끼얹는 보살로 완벽하게 화답했다.
최형우는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PO(5전 3선승제) 2차전에 5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2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부상을 당한 구자욱이 지명타자 자리를 차지하며 최형우는 1차전 벤치로 밀렸다. 수비 안정감의 문제로 외야수 출전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대타 카드로 준비를 했지만 확실한 찬스 때 활용하기 위해 아껴뒀으나 결국 활용하지 못한 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타선 강화를 위해 최형우가 필요했다. 다만 수비 불안은 떠안아야 했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 "어제 타선이 무기력한 모습이었고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험 많고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생각해 (최형우를) 라인업에 넣게 됐다"며 "그동안 준비 잘했고 경험도 많다. 후라도가 땅볼 유도가 많은 투수이기도 하고 우선적으로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택했다"고 말했다.

1회초부터 좌익수 뜬공을 깔끔히 처리한 최형우는 2회말 팀 첫 안타를 만들어내더니 5회말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타점을 올렸다. 구자욱-르윈 디아즈에 이어 최형우로 이어지는 타선의 무게감에 상대 투수들은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6회초 수비가 결정적이었다. 2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헤럴드 카스트로가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때렸고 작정한 듯 2루로 뛰었다. 그러나 최형우는 깔끔한 펜스 플레이 이후 2루로 정확한 송구를 뿌렸다. 결과는 아웃. KIA의 추격 의지를 꺾어놓으며 그대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삼성라이온즈파크가 함성으로 가득 찼고 더그아웃의 분위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류지혁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최형우를 향해 공을 건네기도 했다. 최형우는 자신을 놀리는 류지혁의 모자를 가격하며 민망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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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초 1점을 내줬으나 최형우는 김범수의 높은 슬라이더를 강타, 우측 담장을 넘기는 쐐기 솔로포를 터뜨렸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최형우 선수의 호수비로 팀 전체 분위기가 확실하게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며 "호수비도 했는데 (3차전도) 나가야 한다. 팝플라이 하나만 잡아도 벤치가 난리가 났는데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기에 형우가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최형우를 잘 알고 있는 KIA도 좌익수로 나선 최형우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2루 주자가 있을 때 최형우 선수 쪽으로 가면 더 과감하게 돌릴 생각이었고 초반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타구가 최형우 선수 쪽으로 갈 때는 타자들이 조금 더 베이스 러닝을 더 과감하게 하자고 얘기를 했는데 그런 타구가 많이 안 나왔다"며 "카스트로 타구 때는 워낙 펜스 플레이가 잘 됐고 공도 2루로 정확하게 왔기 때문에 아웃 타이밍이 됐던 것 같다. 다음 3차전에도 최형우 선수가 좌익수로 나와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부분에 약점이 보이면 거기를 파고들겠다"고 말했다.

최형우 또한 "(홈런보다) 호수비가 100배 기쁘다. (주자를) 죽일 생각은 별로 없었다. 잡고 바로 던졌는데 제가 봐도 말도 안 되게 잘 가서 운 좋게 잡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팀은 최형우 수비에 대한 걱정을 덜어놓게 됐지만 최형우 본인은 여전히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부담은) 지금도 있다. 계속 있다.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단기전이라 실수 하나로 승패가 결정될 수도 있어서 계속 불안감이 있다"며 3차전 선발 출전에 대해 "얘기를 듣긴 했는데 (감독님께) 전화 한 번 드려야겠다. 야구장이 커지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빼어난 활약 후에도 엄살을 떨었다. 최형우는 "자신감도 떨어지고 나이가 있으니까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 예전에는 가끔 나가도 어느 정도는 잡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몸도 흔들리고 힘들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팬들의 반응이 더욱 힘이 됐다. "팬분들께 너무 감사한 게 1회에 이지 플라이를 잡았는데 너무 환호를 크게 해주셨다. 파울을 잡으러 뛰어갔다 왔는데 박수쳐주고 수고한다고 해주셨다. 노인 우대를 해주는 것 같았다.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보살 기념구를 건넨 류지혁에 대해선 "세게 때리려다가 카메라도 많이 찍고 있을 것 같아서"라며 "욕을 하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타석에서의 무게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적장 이범호 감독도 "아무래도 풀어가는 방법의 차이가 있다. 어려운 공을 안 치고 본인이 쳐야 되는 공들을 치는 느낌이었다"며 "경험을 많이 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최형우 선수가 디아즈 선수와 중심에 있음으로 인해 구자욱 선수와 승부도 신경을 써야한다. 최형우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저희가 어떤 준비를 할지 3차전에 신경을 써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형우는 가을야구에서도 최고령 기록을 끊임없이 써나가고 있다. 최형우는 42세 10개월 11일의 나이로 종전 2017년 10월 21일 두산과 PO 4차전 이호준(NC)의 41세 8개월 13일을 넘어 최고령 포스트시즌 출장자가 됐다.
또 7회 홈런으로 인해 종전 이호준이 보유하고 있던 포스트시즌 최고령 안타 및 타점(41세 8개월 7일·2017년 10월 15일 사직 준PO 5차전)과 플레이오프 최고령 안타 및 타점(40세 8개월 17일·2016년 10월 25일 잠실 PO 4차전)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PO와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타자로 우뚝섰다.
그럼에도 "그런 건 의미 없다"고 강조한 최형우는 올 시즌 KIA전에서 타율 0.190에 그쳤음에도 "정규 시즌 때 약해서 할 말은 없는데 변명을 하자면 굳이 KIA라고 해서 약하다고 생각 안 한다"며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 시기 때마다 감이 안 좋았고 외국인 투수 2명이 잘 던지기도 하다보니 겹친 것이지 특정 팀이라고 약하다고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