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9억 원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던 특급 투수 유망주가 다시 방망이를 잡은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장재영(24·국군체육부대)의 이야기다.
장재영은 지난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KBO 리그 한국시리즈 대비 연습경기에 국군체육부대(상무) 4번 타자 및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정규시즌 1위 KT의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스 대니엘(30)이 선발로 나섰다. 장재영은 2회초와 4회초 모두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7회초 2사 1루에서도 베테랑 우규민(41)을 상대로 유격수 뜬공에 그치면서 상무의 0-7 패배를 바라봐야 했다.
한 경기 결과로 장재영의 지난 2년을 평가할 수는 없다. 덕수고 시절부터 투타 모두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았던 장재영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의 1차 지명을 받았다. 당시 계약금은 무려 9억 원. KBO 리그 역대 신인 계약금에서도 손꼽히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에도 고질적인 제구 난조가 발목을 잡았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군 56경기 103⅓이닝에서 1승 6패 평균자책점 6.45에 그쳤다. 퓨처스리그에서도 투수로 통산 36경기 106⅔이닝 동안 볼넷을 110개나 내줬다.
이후 팔꿈치 부상까지 겹치면서 결국 2024년 타자 전향이라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2024년 1군 38경기에서 타율 0.168, 4홈런 13타점을 기록했고, 지난해까지 타자로 1군 통산 49경기 타율 0.165(133타수 22안타), 4홈런 15타점에 그쳤다.


반전의 계기는 상무였다. 지난해 5월 입대한 장재영은 박치왕(57) 감독의 지도 아래 타격 기본기부터 다시 다졌다. 평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장재영은 "처음 입대했을 때 실내 배팅부터 시작했다.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틀을 잡자고 하셔서 밖에서는 방망이도 치지 않았다. 기초부터 기본기를 다시 다지다 보니까 올 시즌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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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분명했다. 장재영은 올해 퓨처스리그 71경기에서 타율 0.280(193타수 54안타) 12홈런 36타점 39득점, 출루율 0.439, 장타율 0.544, OPS 0.983을 기록했다. 볼넷 50개를 얻어내면서도 삼진은 66개에 그쳐 선구안에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장재영은 "홈런 개수보다는 보완해야 할 단점에 신경 썼다. 삼진을 줄이고 볼넷과 삼진 비율에 집중했다. 홈런은 의식하기보다 배트 중심에 맞히려고 하다 보니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치왕 감독 역시 장재영의 발전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9월 KBO 퓨처스리그 챔피언 결정전을 앞둔 인터뷰에서 "(장)재영이는 처음에 팀에 합류했을 때 구조적으로 결점이 굉장히 많았던 선수였다. 원바운드 공만 던져도 다 삼진을 당할 정도였다"라면서도 "타격 메커니즘 등 구조적인 문제였다. 그 부분을 교정하고 나니 눈에 띄게 좋아졌다"라고 밝혔다.
타격만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수비였다. 장재영은 상무에서 주로 1루수를 맡으면서 외야 수비도 꾸준히 연습했다. 장재영은 "처음에는 1루수가 편한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정말 힘들었다. 타구 처리와 번트, 다른 야수들의 송구까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며 "복귀해서 어느 자리에 들어갈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포지션이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생활은 마음가짐까지 바꿨다. 장재영은 올해부터 직접 펜을 잡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로 쓰는 건 느낌이 안 산다고. 안타를 쳐서 좋았던 날도,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를 한 날도 자신의 감정을 기록했다. 장재영은 "그냥 '오늘 너무 기분 좋다', '별로 안 좋은데 좋은 척했다' 이런 식으로 썼다. 일기장은 나와 단둘이서만 아는 소통 같다. 어디 가서 말 못 하는 것도 쓸 수 있어 좋다"며 "상무에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많았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11월 11일 전역하는 장재영에게 이제 남은 것은 키움에서의 경쟁이다. 4년 연속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한 키움은 기약 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유망주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장재영은 "부담보다는 설렘이 더 크다. 풀타임으로 야수를 해본 첫 시즌이었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상무에서 전역해 팀에 복귀한 선배들이 1군에 가서 주눅 들지 말라고 했다. 상대 선수를 존중하는 것은 좋지만 경기장에서는 싸워야 하는 적이다. '내가 최고다'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투수로 돌아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장재영은 "투수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든 적 없다. 많이 고민하고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하려고 한다. 그래서 더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장재영이 퓨처스리그에서 보여준 성적에 키움 팬들은 또 한 번 대형 유망주의 반전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정작 본인은 자신을 한껏 낮췄다. 장재영은 "내가 복귀한다고 크게 기대받을 만한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팀에 돌아가서 내가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그때부터 기대감을 줄 수 있도록 잘 준비해서 경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