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무산 오타니!"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한 이재희(25)를 향해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원투펀치' 크리스 페덱(30)과 아리엘 후라도(30)가 남긴 유쾌한 찬사다. 최소한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만큼은 '진짜' 메이저리그 소속인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가 부럽지 않은 완벽한 마운드의 지배자였다.
이재희는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에 구원 등판해 2⅔이닝 4탈삼진 무실점의 압도적인 투구로 승리투수가 되며 데일리 MVP를 차지했다. 경기 후 이재희는 "이렇게 중요한 4차전에서 승리할 수 있어 되게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가장 빛난 순간은 단연 5회였다. 7-1로 여유 있게 앞서던 삼성이 불펜의 연속 제구 난조로 7-4까지 쫓긴 1사 만루 상황. 위태로운 마운드에 급하게 오른 이재희의 배짱을 일깨운 건 포수 강민호(41)였다. 이재희는 "만루에 올라갔을 때 민호 선배가 '공이 좋으니까 모서리를 보지 말고 가운데로 다 들어와라'라고 해주셨다"며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타자랑 붙어서 막자고만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났다"고 위기 탈출의 비결을 짚었다.
과감한 정면 승부로 무실점 호투를 펼친 이재희에게 외국인 투수들은 '테무산 오타니'라는 별명을 선물했다. 평소 오타니를 동경해 온 이재희에게는 특별한 의미였다. 그는 "처음엔 오타니의 야구 실력에 빠져들었지만, 알면 알수록 인간성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 모든 면이 다 좋다고 생각했다"며 "다 본받자고 생각해서 많이 열심히 따라 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이날 이재희의 활약이 더욱 감동적인 이유는 '재활 동기' 박승규와 함께 완성한 가을야구 동화이기 때문이다. 이재희는 박진만 감독이 박승규를 향해 '미친 선수'라고 칭찬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작년 이맘때 승규 형과 재활군에 같이 있으면서 가을야구를 TV로만 지켜봤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 '우리가 한번 주축이 돼보자'고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이렇게 현실이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평소 스스로 흥분을 잘하는 스타일이라 마운드 위에서 적극적인 리액션으로 상대 기선을 누르려 한다는 그의 투지가 이번 가을에 완벽히 꽃을 피웠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닮고 싶다던 이재희는 이제 롤모델 오타니가 2024시즌과 2025시즌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것처럼 '우승 반지'마저 따라잡기 직전이다. 테무산 오타니의 완벽한 피칭에 힘입어 10-5 대승을 거둔 삼성은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겨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