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엔론 악재 딛고 재도약

[뉴욕마감]엔론 악재 딛고 재도약

손욱 특파원
2001.11.30 06:21

[뉴욕마감]엔론 악재 딛고 재도약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전날의 인론-다이너지 합병 백지화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났다. 이틀간의 시세차익 확보를 위한 매도세도 주춤하면서, 재도약을 위한 신선한 분위기가 확산된 기술주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큰 폭 올랐다.

나스닥지수는 개장과 함께 시작된 상승세가 정오 경 잠깐 주춤한 것으로 제외하고는 일중 지속되면서 지난 이틀간의 하락폭을 거의 만회했다. 전날보다 45.29포인트(2.40%) 올라 일중 최고치인 1,933.26으로 마감됐다. 하루만에 1,900선을 되찾았다.

다우존스지수는 나스닥에 비해 부진하면서 오전중까지 전날 수준 근방에서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시작된 상승세가 마감 1시간을 남기고 가속도를 받으면서 역시 일중 최고치로 마감됐다. 117.56포인트(1.21%) 상승한 9,829.42로 마감됐다.

S&P500지수는 11.69포인트(1.04%) 상승한 1,140.21로, 러셀2000지수는 7.53포인트(1.66%) 오른 461.23로 이날을 마쳤다.

업종별로는 하드웨어 3.69%, 인터넷 2.15%, 멀티미디어 1.24%, 소프트웨어 3.16%, 텔레콤 1.89%, 네트워킹 1.53%, 반도체 4.25% 등 기술주 업종 모두 선전했다. 구경제주 중에서도 화학, 제지, 금 부문만이 소폭 하락했을 뿐 전업종의 지수가 올랐다. 특히 항공 3.90%, 은행 1.38%, 바이오테크 1.43%, 증권보험 1.73%, 석유 1.46% 부문이 돋보였다.

거래량은 평소 수준으로 나스닥에서 18억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5억주가 거래됐다. 주가가 오른 종목이 내린 종목수를 상회해 양대 시장에서 각각 22:15, 18:12를 기록했다.

이날 보슬비가 내리는 뉴욕의 궂은 날씨와는 달리 월가는 화창한 분위기가 만연했다. 특별히 주가를 상승세로 끌어 올릴 만한 재료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지난 이틀간 그동안의 지수상승에 대응한 일부 투자자들의 '수익 챙기기'가 일단 주춤하면서 재상승을 위한 신선한 분위기가 유입됐다. 그리고 전날 있었던 인론과 다이너지의 합병 백지화의 충격에서도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일부 거시지표는 이날의 지수 상승을 측면 지원했다. 10월중 내구재 주문실적이 9월에 비해 12.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금년 5월 이래 반면 만의 증가세이자 1992년 이래 최대 증가폭이었다. 지난 9월의 6.4% 감소에서 내구재 주문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조업 부문에서의 회복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낳았다. 교통부문과 방위산업 부문을 제외하면 내구재 주문은 각각 3.4%, 5.6% 오른 것으로 발표됐다.

신규주택 매매실적도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9월에 비해 0.2% 오른 연율기준 88만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연 4주간 감소 추세를 보였던 실직자수는 지난 주 다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주 전의 434,000명에서 약 5만명 이상 늘어난 488,000명으로 집계됐다. 고용상황 악화가 서서히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믿었던 월가에는 이날의 발표로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한 자세가 확산됐다.

이날의 거시지표는 내구재와 주택수요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고용상황은 다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월가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전날 파기된 다이너지(-6.7%)의 인론(-44.3%) 인수계획의 여진이 이날도 증시 주변을 맴돌았다. 채권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져 이제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들게 된 인론이 파산신청을 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인론의 주가는 전날 거래소의 일일 최대 거래량 기록을 경신하며 85% 폭락했었다.

코메르츠방크의 에너지부문 애널리스트는 인론의 파산신청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다이너지의 인수 백지화 때문이라기 보다는 신용등급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이너지의 인수 파기 소식은 인론의 회복에 결정타를 먹였다고 하면서 인론 채권단과 투자은행의 주가도 당분간 부진을 면키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날 각각 5% 이상 주가가 떨어졌던 JP 모간 체이스(+1.3%)와 씨티그룹(+1.4%)은 예상외로 이날 선전하며 약보합세를 보였다. 전날 하락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 골드만 삭스, 모간 스탠리는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인론의 소식에 에너지주들도 영향을 받아 엘 파소, 덴버리 리소시스, 어메리칸 일렉트릭 파워 등은 전날의 하락세를 이어간 반면, 캘파인(+4.7%), 벌링톤 리소시스는 주가가 소폭 회복됐다.

한편 재무부와 연방준비은행의 고위관리들은 이번 인론의 신용추락과 이에 따른 파산위험은 지난 1998년의 장기자본투자(LTCM)라는 회사의 파산 경우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론의 부채는 대부분 지급보증이 설정된 것이어서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지난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루카스 블랙 등이 설립한 장기 투자회사인 LTCM이 파산되면서 연준은 은행권에 대량의 유동성을 공급했었고 증시도 큰 곤경을 겪었었다.

데이터 스토리지회사인 브로케이드 커뮤니케이션(+9.1%)은 4/4분기 주당 5센트의 순익을 올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4센트를 기대하고 있던 월가를 기쁘게 했다. 지난 해의 11센트에 비해서는 크게 감소한 것이었다. 골드만 삭스는 투자등급을 '추천'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같은 업계의 EMC(+2.3%),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3.5%)도 주가가 올랐다.

ADC 텔레콤(-7.9%)은 월가의 예상대로 4/4분기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메릴 린치는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AOL 타임 워너(-1.1%)는 리만 브러더스가 이 회사의 주가전망이 밝지 않다고 한 코멘트에 영향을 받았다. 다음해 AOL은 광고수입 감소로 인해 다른 멀티미디어 회사와의 차별성 부각에 실패하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 프랑스의 칩메이커인 알테라(+4.1%)는 이번 분기 판매수익이 지난 분기에 비해 10%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하면서 순손실 기록을 저지하기 위해 비용절감에 최대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프리마켓(+34.7%)은 대형 고객과의 장기개발계획을 연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한편 영국의 바이오테크업체인 아캄비스(+17.5%)는 미국정부와 4억 3천만달러 규모의 천연두 백신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백스터 인터내셔날(+4.5%)도 아캄비스의 제조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주가가 올랐다.

다우종목인 존슨 앤 존슨(-2.6%)은 모간 스탠리에 의해 투자등급이 하향 조정되며 주가가 하락했다. 전미 최대 세금관련 서비스업체인 H&R 블록(+7.5%)은 새로운 기업회계기준 시행과 부동산저당대출 업계의 활황에 힘입어 수익이 예상보다 많은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형 서적업체인 반스 앤 노블(+9.6%)은 월가의 예상보다 적은 주당 8센트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나스닥시장에서는 시스코 시스템 +5.61%, 맥레온 USA -27.03%, 썬 마이크로시스템 +5.93%, 인텔 +1.61%, 브로드콤 -1.30%, 오라클 +0.21%, JDS 유니페이스 +3.17%, 브로케이드 커뮤니케이션 +9.13%, 시벨 시스템 +4.31%, 마이크로소프트 +2.93%이 거래량 상위를 차지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인론이 다시 2억주가 거래되며 -44.26% 폭락 주가는 34센트를 기록했다. 이 외에 글로벌 크로싱 -13.58%, 루슨트 테크놀로지 -1.46%, 노텔 네트워크 +0.53%, AOL 타임 워너 -1.13%, 모토로라 -2.88%, 다이너지 -6.66%, 씨티그룹 +1.36%, EMC +2.34%, 타이완 세마이컨덕터 +5.81%의 거래가 활발했다.

다우종목중에서는 휴렛팩커드 6%대, SBC 커뮤니케이션, 필립 모리스 4%대 상승을 비롯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 모터스, 보잉, 머크, 이스트만코닥이 2%대 상승하며 지수상승을 선도했다. 그러나 존슨 앤 존슨,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주가가 1% 이상 하락했다.

장을 하루 남긴 11월 뉴욕증시는 9월 하순부터 이어진 10월까지의 상승폭에 크게 못 미쳤다. 거래량도 예상보다 많지 않았고 모멘텀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본격적인 재도약을 위해서는 힘을 비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다. 지금 월가는 12월 들어 우여곡절이 많았던 금년 증시에 유종의 미를 남기기를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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