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밝은 수익전망에도 막판급락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오라클, 인텔, 시스코 시스템 등 3대 간판 기술주 기업들의 낙관적인 수익전망에 촉발돼 오전중 랠리했다. 그러나 오후들어 증시는 기업과 월가 애널리스트의 전망만을 근거해 주식매입 포지션을 취하는 데 대한 불안감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오히려 마이너스 권역으로 몰락하며 대역전패했다.
나스닥지수는 개장초 일찌감치 2,100선까지 도달하는 랠리를 보인후 2시까지 밀리지 않고 잘 지켜냈다. 그러나 이를 기점으로 매도세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지수가 급락해 일중 최저치로 이날을 마감했다. 10.85포인트(0.53%) 하락한 2,044.89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지수는 개장초 나스닥지수의 상승세를 관찰한 후 한 발 늦게 상승세를 시작하며 한 때 120포인트까지 랠리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서서히 하락하던 지수가 마감 1시간을 남기고 급락하면서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한 채 마감됐다. 56.46포인트(0.56%) 하락한 10,094.90을 기록했다.
S&P500지수도 5.59포인트(0.48%) 하락한 1,155.12로 마감됐으며, 러셀2000지수는 이보다 큰 폭인 3.16포인트(0.63%) 하락한 494.74로 부진한 하루를 보냈다.
업종별로는 텔레콤 2.05%, 소매 1.70%, 항공 1.84%주를 중심으로 하드웨어, 멀티미디어, 네트워킹 등 기술주와 교통, 석유 부문등이 1% 가까이 지수가 하락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주를 비롯 은행, 제지, 제약주는 이날 선전했으며 금지수는 3%대 크게 랠리했다.
거래는 나스닥시장에서 활발해 22억주가 손을 바꿨고 뉴욕증권거래소에는 평소 수준인 14억주의 거래량을 보였다. 주가가 내린 종목이 오른 종목보다 약간 많아 나스닥에서는 48:43을 기록했으나 거래소에서는 거의 엇비슷해 우열을 가리지 못 했다.
이날 오라클, 인텔, 시스코 시스템즈의 수익전망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그동안 노심초사 기다리던 기업수익 회복이 그리 멀지만은 않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축배를 들었다.
이 기업들은 기술주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도 파급될 만큼 영향력있는 기업들이어서 이날의 랠리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다른 기업의 수익경고가 이어지면서 상승세가 주춤해 질 수는 있으나, 증시는 다시 상승세를 몰아 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월가 관계자가 적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주인 오라클(+6.0%)의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금년도 수익전망이 밝아 종전의 수익목표를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한 투자평가기관에 의해 등급이 '매수'로 상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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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통신장비주인 시스코 시스템(-0.2%)은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는 아직 포착되고 있지는 않으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필요한 기업인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투자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메릴 린치는 시스코 시스템은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할 경우 특히 매력있는 종목이라며 화답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하락세로 반전돼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여기에 인텔(-0.5%)의 투자등급 상향 조정이 가세하면서 오전중 월가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SG 코웬은 인텔의 지난해와 올해 수익전망을 상향 조정했는데, 칩부문 전체의 회복에 대해서는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타이완 세마이컨덕터의 판매수입이 지난 12월까지 연속 6개월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소식도 칩주 상승에 기여했었다. 역시 마감 직전 급격한 매도세에 버티지 못 하고 주가는 하락하고 말았다.
이날 일중 대부분의 기간동안 투자분위기가 낙관적으로 조성된 가운데서도 시장 전략가인 토니 드와이어씨는 "현재 증시는 경기와 기업수익 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여명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3개월이 더 경과하기까지는 월가에서 기대하는 본격적인 증시회복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오전중 보였던 랠리는 마감까지 이어가지 못 하고 오후장 후반들어 기세가 꺾이면서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이날의 랠리를 주도했던 기업 관계자와 투자은행들의 긍정적인 전망만을 근거로 주식을 매입하기를 꺼리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확실한 단서를 잡을 때까지 보수적인 포지션을 취하자는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한편 유럽의 최대 소프트웨어주인 SAP(+12.4%)은 4/4분기 수익이 목표를 크게 초과달성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소프트웨어주 랠리의 주역이 됐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판매수입이 당초 예상했던 7억 8천만달러보다 많은 9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 삭스는 통신칩주에 대해 긍정적인 코멘트를 내놓으며 특히 브로드콤(+5.0%)과 PMC 시에라(+2.5%)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대부분의 기술주에 관한 뉴스가 희소식이었던 반면 게이트웨이(-12.2%)는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에 의해 채권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이 등급변경은 지난 월요일 게이트웨이가 지난 4/4분기 수익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발표한 이후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 소식은 다행히도 다른 하드웨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델, 휴렛-패커드, 컴팩는 모두 주가가 1%대에서 많게는 4% 상승했다.
또한 JP 모건이 유럽에서의 휴대폰 수요가 저조하다며 휴대폰 업계의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AT&T 와이어리스, 노키아, 에릭슨, 알카텔의 주가가 3-5% 하락했다. 이 텔레콤주들은 이날 오후장의 급반전때 반도체주와 함께 악역을 맡았다.
한편 리만 드러더스는 미국 최대규모의 의료보험회사인 애트나(+3.6%)의 투자등급을 '적극 매수'로 상향 조정하면서 올해 주당 45센트의 순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증권사인 메릴 린치(+2.5%)가 9천명의 인력을 감원할 것이라고 하면서 그 비용은 4/4분기 22억달러의 수익감소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4분기 순익규모는 월가의 예상을 약간 웃돌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이번의 정리해고조치로 매년 14억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 린치의 감원소식은 투자자로 하여금 증권사의 침체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믿음을 갖게 하면서 이날 증권주 랠리의 원동력이 됐다. 리만 브러더스,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찰즈 슈왑 등 종목이 모두 2-3% 상승했다.
한편 전날 아르헨티나 금융위기에 많은 위험이 노출돼 있다고 여겨지고 있는 씨티그룹(+0.5%)이 4% 가까이 폭락한 데 대해 하락폭이 지나쳤다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주가수준이 일부 회복됐다. 특히 메릴 린치는 다우종목중 씨티그룹이 가장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며 투자등급도 '적극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제약주도 파이자(+0.4%)의 도움으로 선전했다. 파이자는 지난해부터 향후 3년간 수익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지난해 27%의 성장율에 이어 올해도 20%의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소매주는 매우 부진한 하루를 보냈는데, 투자은행들의 투자등급 상향 조정에도 불구 케이마트, 월마트, 페더레이티드 디파트먼트 스토어 등 주요 소매주의 주가가 1-5% 하락했다.
나스닥시장에서는 오라클 +6.03%, 시스코 시스템 -0.19%, 썬 마이크로시스템 -2.29%, 인텔 -0.48%, 마이크로소프트 -0.72%, 메트로미디어 파이버 네트워크 +2.41%, BEA 시스템 +6.45%, JDS 유니페이스 -0.31%, 팜 +5.00%, 브로드콤 +5.02%의 거래가 활발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루슨트 테크놀로지 +0.14%, AT&T 와이어리스 -4.09%, 핼리버튼 +9.92%, 엔론 +6.85%, EMC +0.23%, 노키아 -4.44%, 스프린트 -10.00%, AOL 타임 워너 -1.72%, 컴팩 2.21%, 제너럴 일렉트릭 -1.93%이 거래량 상위를 차지했다.
다우종목중 SBC 커뮤니케이션과 월트 디즈니가 3%대, 알코아, 월마트가 2%대, 제너럴 일렉트릭, 보잉, 홈 디포, 맥도날드, 이스트만 코닥, AT&T가 1%대 하락하며 이날 지수하락을 선도했다. 그러나 휴렛-패커드 4%대 상승을 비롯 제너럴 모터스와 허니웰은 지수하락폭을 좁히는 데 기여했다.
이날은 거시지표가 발표되지 않았는데, 다음날 올 들어 첫 번째 주의 신규실업급여 신청건수가 발표된다. 월가를 가장 긴장시키고 있는 고용상황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