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성골, 진골, 그리고 육두품
최근 국내 금융가에는 성골과 진골, 육두품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성골은 외국에서 출생하여 경력을 외국서 쌓은 사람이고 진골은 국내에서 출생하였지만 경력을 외국기관에서 쌓은 사람이다. 육두품은 출생이나 경력이 모두 국내에서 이루어진 순수 국내파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신라의 계급제도에 따르면 육두품은 진골보다 한 계급 아래로 분류되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 얘기는 단순한 농담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외환위기이후 불어닥친 도도한 세계화의 물결은 우리 경제를 여지없이 강타하였고 그 중에서도 금융분야는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세계화란 곧 미국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외환위기이후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외국계은행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거나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인사들이 중용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뿐인가? 우리 주식시장이 닫혀있는 한밤중에 열리는 미국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에 따라 그 다음날의 우리 주식시장의 향방이 결정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미국시간으로 한밤중에 글로벡스라는 컴퓨터 매매시스템을 통해 거래되는 미국 국채선물가격의 향방을 보면서 채권매매를 해야하는 상황이 도래하였다.
그런가 하면 국내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 매도 여부는 이미 장세의 흐름을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외국인이 매수하면 오르고 외국인이 매도하면 떨어진다는 자기실현적 예상이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시장참여자들이 이러한 예상에 따라 거래를 하게되면 외국인 순매수는 실제로 주가를 올리고 순매도는 주가를 떨어뜨린다.
이 자기실현적 예상이 너무 심하게 작동하는 바람에 일부에서는 외국인 거래량을 외국기관거래량과 외국개인거래량으로 나누어 개인과 기관에 편입시킴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라는 항목을 없애고 개인과 기관만으로 나누어 발표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약간 지나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제 대세로 굳어져 가는 느낌이다. 최근 금융가에서 부는 외국의 금융분야 자격증 취득 바람을 보아도 그렇고 자녀를 해외로 보내어 교육시키는 예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우리의 교육시스템에 문제가 있더라도 일단 우리끼리의 경쟁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상당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되겠지만 국내에서 교육을 마칠 경우 육두품 수준으로 밖에는 취급을 받지 못한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해외로 나가는 것이 보다 나은 지도 모른다.
최근 포항제철의 미국자회사에서 생산하는 일부 철강제품은 긴급수입제한조치에서 제외되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포항제철의 외국인 지분이 60%이고 그 중에서 미국 쪽 지분이 70%가량 되기 때문에 포철을 단순한 한국기업으로 보면 곤란하다는 메시지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세계화의 명암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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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에게 남은 길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세계화의 흐름을 인정하고 이러한 흐름 하에서 각자의 최적화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국내 기업은 다국적 기업화전략을 효율적으로 추진하여 무역장벽을 극복하는 전략을 짜고 교육기관은 외국교육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해외에 나가지 않고서도 해외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들은 전방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일견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각각의 주체들이 각자의 최적전략을 짜서 추진하고 그 전략들이 서로간에 기묘한 조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세계화의 흐름은 우리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작지만 강한 강소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