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제적 통화정책
금년 들어 소비 및 건설투자 등 내수 호조세가 강화되고 수출회복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정부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요구와 선제적 금리인상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내수를 바탕으로 한 경기회복세가 기대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앞으로 수출 및 설비투자 회복세까지 가세할 경우 상반기 중 이미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하고, 하반기에는 그 수준을 넘어 총수요압력이 늘어나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세계경제는 금년들어 미국을 선두로 아시아권이 회복세로 접어들었고 , 하반기에는 시차를 두고 유로, 중남미, 일본순으로 경기회복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경기의 체온계 역할을 하는 유가 및 원자재가격은 이미 지난해 말 이후 점진적인 상승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경기의 회복 추세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 경기순환은 수출과 설비투자에 의해 주도되고 시차를 두고 내수가 후행적으로 따라오는 모습이었다. 즉 후행성이 강한 내수가 사후적으로 경기진폭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수가 이미 호전돼 있는 가운데 금년 들어 수출 및 설비투자 회복세가 후행적으로 경기회복을 가속시키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더욱이 금년들어 제조업 생산의 회복이 뚜렷해지고 있는데 이번에도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 IT업종이다. IT산업의 특성상 산업에 대한 산업파급효과가 제한적이고 첨단 IT제품의 짧은 라이프사이클을 감안시 경기회복이 산업별로 차별적으로 진행되면서 경기주기가 단명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80년대 이후 세계경제는 경기확장기간이 대체로 3~4년, 수축기간이 2~3년 정도로 6년 주기의 사이클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번 경기사이클은 98년 3/4분기에서 2001년 3/4분기 기간으로 잡을 경우 과거에 비해 반토막 정도인 3년에 불과하다.
최근 성장세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물가불안에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3월까지 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아직 안정궤도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품목별 물가추이를 보면 하반기 물가불안을 예고하고 있는 시그널이 잠재하고 있다.
우선 경기와 관련이 깊은 서비스, 공업제품 물가가 상승추세로 반전되고 있다. 그리고 4월 이후에도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고, 집세도 시차를 두고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소비고급화 추세에다 교육비 부담 증가, 선거철 전후로 사회분위기가 이완되는 경우 개인 서비스요금 상승추세가 기조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통상 경기회복기에는 통화유통속도가 빨라지면서 과잉 유동성이 단기자금화돼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통화당국은 금리를 올릴 경우 한편으로는 가계부채 부담이 늘어나고, 다른 한편으로 설비투자 회복 초기에 기업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나는 부작용의 갈림길에서 시기선택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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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기조는 다분히 경기에 후행적인 속성을 보여왔다. 예방을 한 것이 아니라 치료에 주안점을 둔 셈이다. 재정 및 통화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기진폭을 완화하고 안정 성장을 장기화하는 데에 있다. 선제적인 정책기조 전환이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면 그 시기는 되도록 선제적일수록 향후 경제에 나타나게 될 부작용을 줄이고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