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기금리인상론을 경계한다

[기고]조기금리인상론을 경계한다

2002.04.03 12:51

[기고]조기금리인상론을 경계한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금리 조기 인상론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회복 속도가 너무 빨라 저금리 정책이 지속될 경우 경기가 과열될지 모른다는 것이 그 근거다. 특히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가격의 버블 가능성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높다.

경기 회복세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물가상승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금리인상과 같은 대응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을 서둘러야 할 상황은 아니다.

최근의 경기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건설투자와 서비스업이며 그 뒤를 제조업이 따르고 있다. 과거 경기회복이 주로 세계경제 호황에 따른 수출 증가와 제조업의 설비투자에 의해 이뤄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수출이 1/4분기에 10% 이상 감소하고 이제 2/4분기에 겨우 증가세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경기 과열을 우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설비투자 역시 지난해 11% 가까이 줄어든 이후 미미한 회복세에 머무르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이 76% 수준에 그치고 투자 주도산업도 나타나지 않고 있어 조기에 설비투자 압력이 가시화되지 않을 것이다. 내수경기 호전만 보고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다가 수출과 투자의 회복이 미흡할 경우 내수 경기마저 급랭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금리정책의 기준이 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살펴보면 조기에 물가상승률이 급등할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연초에 전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 내외의 수준을 보였지만 여기에는 겨울철 농산물 가격 상승과 같은 계절적인 요인이 컸다. 공공요금 인상이나 유가 등 공급부문의 충격이 우려되지만 초과수요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은 내년이나 돼야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과열과 관련하여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은 주택 시장에 형성된 버블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역시 소비성 대출보다는 주택 구입을 위한 부동산관련 대출이 많다고 볼 때 결국 부동산 버블 문제로 귀결된다. 만약 공급과잉으로 향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면 가계대출의 부실화와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 자산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주택 수급을 조절하는 미시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나가야 한다.

산업생산 증가 속도가 3% 수준에 불과한 현재의 상황에서 당장 금리를 올리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전체 경제를 보지 않고 경기 회복을 주도하는 일부 부문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경기과열이 우려되는 시점을 내년 상반기라고 보고 금리인상의 효과가 실물경제에 나타나는 데에 약 2분기 정도 소요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수출회복이 본격화되는 3/4분기 이후 금리인상을 고려해도 그리 늦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은 선진국 경제의 회복세, 중동 사태 등 세계 경제가 기대만큼 회복되는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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