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벤처산업의 갈길

[기고] 한국 벤처산업의 갈길

2002.04.15 12:41

[기고] 한국 벤처산업의 갈길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벤처 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경제상황에 따라 부침이 있기도 하였고 지금도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지만 벤처산업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 기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요즘 한국 벤처업계의 동향은 우려스럽다. 한국 기술벤처의 상징적인 기업들이 부실 경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벤처기업과 관련된 각종 비리까지 난무하고 있다. 한국의 벤처기업중 최첨단 제품을 만들어 내 세계적인 기업으로 내세울 만한 기업도 없는 실정이다. 미국에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벤처기업들도 다수가 고배를 마시고 철수했다.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실속없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 실리콘밸리의 벤처산업과 비교해보자. 첫번째로 방만한 경영이다. 즉 창업초기의 사업모델을 벗어나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실패를 보는 경우이다.

메디슨이 가장 좋은 예다. 메디슨은 초음파 의료장비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간판이었다. 그러나 본업인 의료장비 개발을 소홀히 하고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벤처기업에 투자한 결과 결국은 부도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회사가 망하는 사례는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행태는 다르다. 미국의 벤처 기업들중 회사의 자금을 가지고 또 다른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두번째 도덕성의 몰락이다. 대부분의 한국 벤처기업들의 목표는 코스닥 등록이다. 한마디로 코스닥이 대박의 꿈을 실현하는 장으로 변모돼 버린 것이다. 마치 한탕을 위해서 인생을 베팅하듯이 기업활동을 한다.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서라면 갖은 수단과 방법이 동원된다. 벤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줄을 대고 정확한 기술분석과 창업자의 실력을 보기 보다는 인맥을 통한 투자가 난무하고 거기에 등장하는 리베이트, 커미션등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의 비리까지, 벤처 산업은 현재 비리와 부조리로 점철되어 마치 돈놀이 판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하려면 수많은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물론 기업 상장을 통하여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미국에서의 기업상장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고 심사 또한 까다롭다. 기업들도 나스닥상장을 자금조달 시장으로 보는 편이 지배적이다.

세번째로 정부의 간섭과 보호다. 벤처산업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혈세의 낭비며 우리나라 벤처산업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기업들이 처절하게 경쟁하고 스스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간섭은 각종 비리를 부르기 마련이다. 보호라는 명목하에 기업을 온실 속에서 자라게 해서 경쟁력을 잃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좁은 시각이다. 국내의 벤처기업끼리 국내시장에서 머리를 맛대고 싸울 것이 아니라 시각을 세계로 돌려야 한다. 벤처기업들이 국내 시장만을 바라보고 있다면 한국의 벤처 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글로벌 기술이 바탕이 되는 벤처 산업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벤처산업은 현재 전환기에 서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를 한국 벤처산업의 유년기로 보고 싶다. 많은 사람이 돈을 벌었다지만 이에 따른 폐해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벤처산업이 미국의 모델을 그대로 모방할 수 없다. 여러가지 요소가 합쳐져서 한국적인 벤처산업의 모델이 정착되었으면 한다.

정도를 걸으며 기술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세계시장을 겨냥해 한발한발 나아간다면 멀지 않아 세계적인 벤처기업이 한국에서도 출현할 것으로 믿는다.<www.issuetoday.com제공>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