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상보]
뉴욕 주식시장이 26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규모의 회계 조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월드컴의 충격을 딛고 혼조세로 마감했다. 단기 급락에 따른 반발매수와 숏커버링, 프로그램 매수 등이 막판 반등을 이끌었다.
다우 지수는 오전 한때 9000선이 붕괴됐다 전날보다 6.71포인트(0.07%) 하락한 9120.11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5.44포인트(0.38%) 오른 1429.43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도 한때 1375.53까지 떨어져 98년 10월이후 최저치를 보이기도 했다. S&P 500 지수는 2.62포인트(0.27%) 내린 973.52로 장을 마쳤다.
증시는 이날 오전 까지만 해도 월드컴 충격으로 52주 신저가 종목이 속출하며 바닥없이 추락했다. 나스닥과 S&P 500 지수 모두 지난해 9월의 저점을 경신했다. 그러나 장 마감 1시간을 남겨 놓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끝에 낙폭을 거의 만회하거나 오름세로 돌아섰다. 앞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정책 기조를 '중립'으로 고수하면서 연방기금 금리도 현행 1.75%로 유지했다. 이는 예상됐던 결과로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거래량은 지수 흐름이 전날과 반대로 '전약 후강', 그것도 폭이 큰 형태로 극적으로 변한 탓에 크게 늘어났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20억 700만주, 나스닥에서는 20억5400만주가 거래됐다. 그러나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많았고, 52주 신저가 종목도 두 시장 모두 52주 신고가 종목을 크게 앞질러 투자 심리가 여전히 불안함을 방증했다.
업종별로는 네트워킹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항공 및 은행도 많이 떨어졌다. 반면 반도체 제약 컴퓨터는 강세를 보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예상보다 큰 폭의 분기 손실을 발표했으나 1.66% 오른 382.72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3.8% 떨어졌으나 인텔과 AMD는 각각 1.6%, 7%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의 막판 강세를 놓고 분기 초반이어서 여유 자금이 저가 매수에 나선 때문이며, 특별한 호재가 발견되지 않는 한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월드컴으로 인해 다시 촉발된 회계 부정 의혹이 증시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사운드뷰 테크놀로지의 마이클 보웨은 그러나 "보다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순익을 내지 못한 기업 가운데 성장성을 입증하기 위해 EBITA(지급이자, 법인세, 감가 상각비 차감전 이익)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달러화는 약세를 이어갔다. 엔/달러는 120엔선이 무너지며 119.85엔을 기록, 전날의 121.38엔보다 하락했다. 반면 달러/유로는 전날 97.85센트에서 98.33센트로 상승, '1달러=1유로'에 바짝 다가섰다. 채권값은 오전 혼조세를 보였으나 10년물 국채와 30년물 국채 모두 상승세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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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컴은 전날 38억 달러의 일반 지출을 자본 투자로 처리, 현금 흐름과 순익을 왜국시켰다고 밝혔다. 월드컴은 회계 조작으로 EBITA를 부풀려, 지난해와 올 1분기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월드컴은 지난해 14억 달러, 올 1분기 1억3000만 달러의 순익을 냈다고 발표했었다.
이번 부정은 월드컴 내부 감사위원회가 확인한 것으로, 변칙 처리 규모는 사상 최대로 꼽힌다. 월드컴은 고객 2000만명, 직원 8만명을 거느린 세계 굴지의 통신업체다. 월드컴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스콧 설리반을 해임한데 이어 직원 1만7000명을 감원하고 자본투자를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드컴 주가는 99년 6월 64.50 달러까지 상승했으나 이날 거래 중단에 앞서 8센트까지 추락했었다.
월드컴의 회계 부정은 기업들의 재무제표는 물론 주가 평가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증폭, 매도세를 촉발했다.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은 14억 달러의 광설비 매출이 적정하게 처리됐는지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에 58.2% 폭락했다.
뿐만 아니라 당국이 엔론과 다이너지 등 에너지 업체의 재무제표 개선에 씨티그룹과 JP모간 체이스 등이 개입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는 보도로 이들 금융업체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씨티 등은 에너지업체들이 순익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정교한 협의를 통해 영업 현금흐름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씨티와 JP모간 체이는 각각 5.4%, 4.4% 떨어졌다.
마샤 스튜어트 옴니미디어 역시 연방 검찰이 임클론 주식의 내부자거래 혐의를 넘어 거짓 증언 등 범죄혐의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보도로 23.7% 급락했다. 옴니미디어는 전날 8.4% 급등했었다.
AOL 타임워너는 실적을 경고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면서 급락했으나 오후 이를 부인 공시, 막판 랠리를 촉발하는데 한 몫 했다. 그러나 AOL 타임워너는 초반 낙폭이 워낙 컸던 탓에 11.4% 하락한 13.63달러에 마감했다.
한편 예상을 웃도는 경제지표는 증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상무부는 5월 내구재 주문이 0.6% 증가했다고 밝혔다. 4월 내구재 주문은 당초 1.1% 늘어난 것으로 발표됐으나 이날 0.4% 증가로 수정됐다. 전문가들은 5월 주문이 0.5%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었다. 또 5월 신규주택 판매는 8.1% 증가한 연 103만채 수준으로 집계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빈 에서 열린 각료회담에서 앞으로 6개월간 하루 생산량을 현행 2170만 배럴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