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불안의 정체

[기고]금융불안의 정체

강석훈
2002.06.28 15:14

[기고] 금융불안의 정체

[편집자주]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시장이 매우 혼란스럽다. 주가는 연일 급등락을 거듭하고, 환율과 금리도 방향을 못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 두달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낙관론이 증시를 지배하였지만 지금은 낙관과 비관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과연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미국경제를 중심으로 한 외부요인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한국경제 내부의 불안요인에 의한 것인가. 또한 외부요인 중에서는 미국경제와 달러화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가도 핵심이슈이다.

사안이 복잡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조금 긴 호흡을 가지고 건전한 경제상식을 기초로 경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돼 금년에는 유사이래 가장 많은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대내외 요인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대내적으로는 지금의 수익성이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시장의 회의감을 의미한다. 주식가격이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때 금년에는 비록 많은 이익을 낸다고 해도 이러한 이익수준이 지속될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구조조정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통계로 나타나는 구조조정의 성과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통계청의 광공업통계조사를 이용하여 성장회계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한국제조업의 1991년 총요소생산성을 100으로 놓았을 때 1996년은 107 수준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000년의 총요소생산성은 1996년은 물론 1991년의 수치보다 하락한 83수준에 불과하다. 제조업을 IT산업과 비IT산업으로 구분해 보면 2000년의 경우 IT 산업의 총요생산성은 140에 달하지만 비IT산업의 경우에는 67에 불과하다.

결국 지난 수 년간의 구조조정은 IT산업을 제외하면 총요소생산성의 증대라는 질적인 변화를 유발하지 못한 채 양적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의 패턴을 답습한데 불과하다. 지금 한국기업의 미래의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이유는 양적 성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겠다.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외부요인으로는 미국경제가 손꼽힌다. 미국경제에 대해 더블 딥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견해로부터 3%이상의 성장을 낙관하는 견해까지 다양하다. 모두가 가진 정보가 비슷하고 데이터의 해석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미국 경제를 예측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예측치 하나를 추가하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미국경제에 관해서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너무 조급해 하는 것 같다. 미국발 경제위기는 없을 것이다. 위기란 정의상 예측가능하지 않으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나 재정수지 악화문제는 이미 노출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경제가 10년 이상의 장기호황을 지속하였음을 감안할 때 이에 상응하는 조정기간이 필요한 것이 필연적인 경제적 이치이다. 특히 1990년 후반에는 IT산업이 경기상승을 선도하였지만 이제는 IT산업도 다른 통상적인 산업과 마찬가지로 경기순환의 종속변수로 변환해 가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과정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가 어려우며 변

환기간 중에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지금 야기되고 있는 혼란은 한국경제 펀더멘탈의 질적인 허약성을 기본으로 하고, 발생하지 않을 미국발 위기가능성에 대한 과민대응이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지금은 조금 더 긴 안목으로 미국경제의 완만한 회복을 예상하면서 한국경제의 질적인 변화여부를 재점검해 보아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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