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칙없는 투신 사장단
요즘 투신권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지난달 28일 투신사 사장단은 투신협회에 모여 최근 주식급락 사태에 대해 외부변수 및 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순매수 기조를 유지키로 입장을 정했다. 그 전날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최근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자산운용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금융기관 손절매 제도의 보안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증시 안정대책이 나온 직후였다.
투신권은 지난달 18일 이후 8거래일 연속으로 3781억원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였다. 특히 지난달 26일 종합주가지수가 7% 이상 폭락할 당시에도 투신권은 918억원어치를 홀로 순매수하며 쏟아지는 매물을 다 받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투신사 사장단이 나서서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결의까지 하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투신권의 운용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폭락은 펀더멘털이 문제가 아니라 외부변수에 의한 수급상 문제"라며 "좋은 주식을 오히려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음날인 6월27일부터 미국발 악재에 따른 폭락 장세는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투신권 운용관계자들의 말대로 아마도 며칠후에는 고수익으로 웃음짓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경영진들이다. 펀드 운용은 엄연히 펀드매니저와 관련부서가 책임을 지고 하게끔 돼있다. 주식을 매수하든 매도하든 운용인력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사장들이 계속해서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입을 모은 것은 투신 성격상 당연한 결정아니겠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받은 대형투신사들 입장에서 정부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초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한 양해각서(MOU) 회의 당시의 해프닝에 이어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보여준 원칙없이 흔들리는 투신권에 어떻게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을 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