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스트 월드컵

한달간의 축제가 끝났다. 월드컵은 `세계 축구 4강'이라는 가시적 성과 외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적으로 냉대를 받았던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경제적 효과가 26조원이나 된다는 분석도 있고 실제 기대했던 만큼의 경제적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월드컵이 준 무형 자산이 엄청나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한껏 달아오른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냉철한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감, 브랜드 제고 등으로 대표되는 '가능성'은 말 그대로 '가능성'일 뿐이다. '가능성'을 애써 무시하며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지만 이를 맹신하며 자만할 근거도 없다. 수십년간 이어온 한국 축구의 '가능성'은 48년만에야 성과로 이어졌다. 그 성과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축구는 500여일 동안 기초체력을 키우는 등 히딩크의 조련 하에 거듭났다.
그렇다면 '이제는 경제 8강'이라는 구호를 내걸며 정부가 내놓은 '포스트월드컵 대책'은 어떤가. '월드컵 기념 건축물 세우기'가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대책이라고 보는 이들은 없다. '수출 경쟁력 높이기', '해외 경제설명회 추진' 등 매번 나왔던 정책을 되풀이하는 정부에게서 준비된 모습은 없는 듯하다. "왜 지금에서야 포스트월드컵 준비에 그리 바쁜 것일까"라는 의문도 든다.
'한국'과 '한국인'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찬사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다. 우리는 서울올림픽을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지 못했던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가능성'에 무작정 취하지 말자. 축제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국민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국민보다 더 들떠있는 정부에게 더욱 절실한 말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의 차분한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