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상보]
뉴욕 주식시장이 15일(현지시간) 막판 급반등으로 '블랙먼데이' 악몽에서 일단 벗어났다. 장 마감까지 90분의 랠리가 없었다면 미 증시는 다우 지수까지 9.11 테러이후 저점을 경신할 지경이었다.
이날 증시는 거듭되는 회계부정 스캔들과 달러화 약세로 하락 출발한 후 '항복'에 가까운 매물이 쏟아지면서 급락세로 돌변했다. 주가가 낙폭을 줄이기 시작한 오후 2시30분 까지는 추락의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8600선을 시작으로 8300선까지 지지선을 잇따라 이탈, 분위기를 급냉시켰다. 펀드매니저들이 실적의 잣대로 삼는 S&P 500 지수 역시 97년 10월이후 900선이 붕괴됐다. 나스닥 지수 역시 급락 대열에 합류했다.
다우 지수는 그러나 440포인트 가까이 폭락, 9.11 저점(8235.81)을 9포인트 남겨 놓고 반등을 시작해 낙폭을 크게 줄였다. 결국 45.34포인트(0.52%) 떨어진 8639.19를 기록했으나 6일 연속 하락을 피하지는 못했다. S&P500 지수는 3.52포인트(0.38%) 하락한 917.87로 마감, 900선은 되찾았다. 나스닥 지수도 막판 상승반전해 8.70포인트(0.63%) 오른 1382.20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막판 90분의 랠리의 동인은 다음 날 의회에서 증언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시장에 관해 언급, 증시 분위기를 바꿀 지 모른다는 루머에서 비롯됐다. 푸르덴셜 증권의 애널리스트 래리 와첼은 공매도 세력이 그린스펀의 언급이 랠리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 매도 포지션을 자제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그러나 이날 뉴욕거래소와 나스닥 시장에서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을 각각 3배, 2배 가까이 압도해 분위기는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거래량은 뉴욕거래소 19억3400만주, 나스닥 20억2400만주로 늘어났다.
USB파이퍼 제프레이의 투자전략가 브라이언 벨스키는 "시장이 매우 두려워하고 있으며 주문이 거의 없다. 주식을 매수할 동인도 없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이날도 계속된 회계 부정 우려가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동시에 정부의 제도 개혁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물론 뱅크오프아메리카(BOA) 증권의 투자전략가 토마스 맥매너스는 "바닥을 인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사실상 바닥권 진입을 지적한 후, 주식투자 비중을 55%에서 60%로 높일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장중 대부분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부정적인 투자 심리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대응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부시 대통령은 증시 부진이 경제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 "펀더멘털이 굳건하다"고 구두 개입에 나섰으나 오히려 증시는 발언 직후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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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존심' 달러화는 개장 전 유럽 외환시장에서 2000년 2월이후 처음으로 '1달러=1유로' 선이 무너져 증시 부진을 예고했다. 보합세를 보이던 채권가격도 증시가 급락세를 타면서 동반 하락, 미 금융시장은 '트리플 약세'의 양상을 보였다.
엔/달러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115엔대까지 떨어졌다 116.11엔에 거래됐다. 달러/유로는 지난 주말 99.10센트에서 1.0056으로 높아졌다. 미 국채의 지표가 되는 10년물 유통수익률은 4.62%로 높아지고, 30년물은 5.39%로 상승했다. 금값은 8월물 선물이 한때 온스당 32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주 말보다 4달러 오른 319.90달러를 기록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경제의 기초여건은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밍햄 앨러바마대 연설에서 미 경제가 90년대 주연의 숙취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진단한 후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90년대 순익이 무한정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혔고 증시도 내일을 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건전한 통화정책, 생산성 향상, 낮은 인플레이션 등을 언급하면서 경제는 성장의 토대를 확보하고 있으며 회복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날 업종별로는 은행, 제약, 금 등이 부진했고 네트워킹, 하드웨어, 반도체 등은 막판 랠리로 강세를 보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77% 급등한 395.15를 기록했다. 모토로라를 제외한 15개 업종이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다음 날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인텔은 6.17% 급등했고, 어플라이드 머티리얼과 램버스는 각각 4.6%, 10.3% 올랐다.
이날 호재도 없지 않았지만 제대로 평가되지는 않는 분위기 였다. 개장전 화이저가 파마시아를 600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는 초대형 합병소식이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별로 크게 흥분하지 않았다. 이번 합병으로 두 회사는 세계 제약업계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게 된다. 파마시아는 22.5% 폭등한 반면 화이저는 10.2% 급락했다. 다우 종목인 존슨 앤 존슨은 3.5% 하락했다.
회계 부정 우려는 이날도 증시를 괴롭혔다. 월드컴은 2년 전부터 감사법인인 아더 앤더슨에게 순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알렸고, 이를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 당국이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존 리가스와 그의 3명의 아들을 기소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마찬가지였다. 월드컴은 15.4% 급락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착수한 핼리버튼은 2.8% 떨어졌다.
이날 BOA는 비용절감에 힘입어 2분기 순익이 9.8%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나 주가는 1.2% 하락했다. BOA의 2분기 순익은 22억2000만달러, 주당 1달러40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0억2000만달러, 주당 1달러24센트였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보다 1센트 높은 수준이다. 매출은 87억4000만 달러로 1년 전 보다 1% 감소했다. BOA는 그러나 경기 둔화로 신용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릿보스톤은 아르헨티나 대출 손실과 로버트슨 스티븐슨 관련 비용으로 2분기 3억8600만달러, 주당 37센트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억3100만달러, 주당 48센트의 순익을 냈었다. 플릿보스튼은 이런 적자 전환에 따라 6.5% 급락했다. 이 여파로 금융주들이 동반 약세를 보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3.8% 급락했다.
기술주들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메릴린치가 이날 델컴퓨터를 제외한 기술주들을 최대한 매도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나, 반도체에 대해 계속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한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이었다. 델컴퓨터는 1.6% 상승했다. 썬 마이크로 시스템즈는 7.9% 급등했다.
이밖에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코카콜라는 1.8% 상승했다. 순익 전망을 재확인하면서 2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홈디포는 3.1% 올랐다.
앞서 유럽 주식시장도 미국발 증시 침체에 위축돼 런던의 FTSE 100 지수가 5.4% 폭락하는 등 동반 급락했다. 프랑스의 CAC40 지수와 독일 DAX 지수도 각각 5.4%, 4.4% 떨어졌다.
한편 5월 기업재고는 지난해 1월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상무부는 5월 기업재고가 전달보다 0.2% 늘어난 1조1160억 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0.1% 감소를 예상했었다. 전달 재고는 0.2%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