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총리 말과 하이닉스
반도체 D램 가격이 급등했다는 소식으로 힘껏 치솟은 증시가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말 한마디에 고꾸라졌다.
전 부총리는 "하이닉스는 매각돼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밝혔고 여느 때 같으면 뉴스꺼리로도 부족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하이닉스는 상한가에서 밀려나 단숨에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반전했다. 오후들어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 D램 급등이라는 재료는 부총리 말씀 단 한방에 희석된 셈이다.
하이닉스의 입김이 세진 것일까.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애널리스트와 투자전략가들에게 '도저히 분석이 안되는 주식'으로 외면당했던 하이닉스였다. 그런 하이닉스가 증시를 뒤흔들 만큼 주가를 움직이는 힘있는 요소를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는 기네스북감이다. 채권단의 지원으로 회생하고 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9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여 대박 투자자를 낳았고, 10억주가 넘는 하루 거래량은 단일 종목사상 최대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이닉스의 대량거래로 거래소 전체 거래량도 일일기준 사상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미국 월가에까지 하이닉스 투자자가 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이런 하이닉스가 15일엔 증시를 출렁이게 만들었다. 오전동안 약세를 딛고 다시 상승반전에 800선 회복에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이 때 전 부총리가 "채권단이 하이닉스에 설비투자나 연구개발비등의 자금을 지원하기 보다는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원칙적으로 밝힌 말 한디로 하이닉스는 물론 증시전체가 출렁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데는 근본적으로 한국증시의 취약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작은 악재에도 흔들릴 만큼 자신감을 잃은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서울 증시는 기력을 쇠진, 그 어느때보다 외부재료에 민감한 상태였고 하이닉스는 열흘 남짓 3배나 올라 그러지 않아도 조정을 받을 시점이었다. 부총리의 발언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겠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 지혜를 잊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