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공시 시행 타이밍
금융감독원과 증권관계기관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공정공시를 두고 말들이 많다.
기업과 증권사들은 아직 이에 대한 홍보와 준비가 미흡하다며 도입을 미루자고 한다. 세번 위반하면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3진 아웃제'에 대해서도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제재가 너무 엄해 퇴출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다. 언론기관에 정보를 제공할 때도 2곳 이상에 동시에 주라는 방침 또한 지나친 것같다. 정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감독원 내에서조차 '시행을 내년으로 미루자' '제재강도를 완화하자'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미국과 유럽의 분식회계사건은 우리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공청회 등에서 제기된 쟁점을 보완해 공정공시 최종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독려하고 나섰다. 하지만 금감원 분위기는 미적거리는 쪽이다.
세계 금융시장이 분식회계의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공정공시는 일반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정보를 똑같이 제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불공정거래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기업임원과 애널리스트가 짜고 주가를 조작하는 사례는 미국의 분식회계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공정공시는 이같은 분식회계를 막는 방패 역할을 한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대책이라도 실기하면 실효성은 반감된다. 분식회계로 '투명성'이 어느 때보다 중시되는 시기이고 보면 공정공시의 기반은 절반이상 닦인 셈이다. 시행에서 나타나는 사소한 오류를 걱정해 시행 자체를 미루는 것은 잘못이다.
지난 99년 정부가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한다는 회계기준을 도입할 당시 벤처업계와 정부 내에서도 반발이 많았다. 그러나 스톡옵션이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는 틈을 비집고 미국의 분식회계가 자행됐다. 우리로서는 반대 여론을 딛고 새회계기준을 도입한 담당자들의 소신이 약이 됐다.공정공시 문제도 이제는 타이밍을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