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가치투자의 설 땅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사서 진득하게 기다린다"
아주 간단한 `가치투자'원리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모양이다. 피터린치, 워렌 버핏, 존 템플턴 등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투자의 달인들이 한결같이 가치투자로 부와 명성을 쌓아올렸다고 지겨울 정도로 보도됐지만 그것이 아직도 투자자들에게는 아직도 ‘소귀에 경읽기’다.
가치투자가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여름 뙤약볕에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 남들과 함께 뛰어들기를 참아야 하는 것처럼 강도높은 인내와 자제가 필요해서만은 아니다. 가치투자란 투자라기보다 저축(savings)에 가까운 개념이다. 될성부른 주식, 어릴 때 사서 클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가치투자 개념이 제자리잡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여건이 맞아떨어져야한다. 시장측면에서는 주가가 경제와 더불어 꾸준히 성장하여 몇 년간 주식에 묻어둔뒤 한참후에 꺼내 보았을 때 가치가 부쩍 자라있어야 한다. 나중에 아름드리 나무로 자랄 유망주들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상품에서도 뚜렷한 투자철학을 갖고 투자원칙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브랜드 펀드가 있어야 한다. 가입한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생기는 그런 펀드 말이다. 투자자들도 순환적인 요인보다도 그 기업 자체가 갖고 있는 실력을 더 중시하는 면모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가치투자를 경제성장의 동력원이 되는 인프라적 투자로 생각하고 우대해주는 정책도 뒤따라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가치투자의 싹이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죽을 기업은 죽고 살아남은 기업은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확대하여 현금이 은행처럼 넘치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주가가 2년 반짝 오르다 2년 주저앉는 순환패턴이 아니라 1000, 2000으로 꾸준히 올라갈 수 있는 체력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가치투자를 정석투자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나 제도적 준비는 안돼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가려진 옥석기업과 그들의 실력에 눈길을 주기보다 ‘동조화’라는 대세를 쫓기에 바쁘다. 동조화라는 것이 외국인들이 처음 만든 규칙이었지만 이제는 국내 투자자가 더 앞장서 추종하고 있다.
정부 또한 주식시장을 양적으로 키우고 신종 투자수단이다 뭐다해서 세련되게 포장하는 데만 바빴지 가치투자를 인프라적 투자로 생각하고 그것을 우대하는데는 소홀했다. 주가지수선물 거래량 1위, 옵션 거래량 1위가 자랑만 할 것이 못되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의 변동이 심하다는 뜻이므로 시장의 격심한 파동을 하루하루 잘 타서 대박을 터뜨리려는 도박꾼만 양산하고 가치투자를 우습게 보는 풍토만 조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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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안전판으로 가치투자를 이끌고 선도해야 기관투자자도 배트를 짧게잡고 단기매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들어도 가입하고픈 펀드가 과연 있는가. 몇몇 노력이 엿보이지만 아직 시험단계이며 그나마 이런저런 장벽에 부딪쳐 빛을 바래고 있는 것도 많다. 기업의 기초체력보다 차트에 더 눈을 주면서 외부에서 주어지는 주가 향배와 하루하루의 큰 변동에 매달려있는 현실을 극복하지 않는 한 코리아 리레이팅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리레이팅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