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담배끊기와 주식끊기(2)
진료실은 좁았다. 환자는 의사 앞에 마주앉도록 돼 있었고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낡은 진료 테이블이, 그 위에는 테이블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형 컴퓨터가 1대 놓여 있었다.
의사는 진료 도중 틈틈이 컴퓨터화면을 곁눈질로 바라보곤 했다. 의사가 컴퓨터로 진료카드나 처방전을 작성하고 관리하는 건 이제 흔한 일. 의사가 진료중 컴퓨터를 보는건 당연지사.
그런데 그 피부과 의사는 컴퓨터화면을 바라보기만 할 뿐 자판을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움직이는 등 컴퓨터 조작은 전혀 하지 않았다. 진료카드나 처방전도 볼펜으로 작성했다.
'왜 진료와 무관한 컴퓨터 화면을 자꾸 힐끗거릴까. 저 컴퓨터의 용도는 도대체 뭘까.설마 환자를 앞에 두고 포르노사이트를….'
나는 당장 일어나서 진료 테이블을 빙 돌아 의사 쪽으로 건너간 뒤 화면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돼지 눈엔 돼지, 부처 눈엔 부처만 보인다'고 나는 내 식대로 그 의사를 의심한 것인데 의혹은 곧 풀렸다.
"머니투데이에서 하는 일은 뭡니까?"
막 일어서는데 다소 엉뚱한 질문이 건너왔다.
"온라인 담당입니다. 온라인총괄데스크라고… 하는 일은 (어쩌고 저쩌고)…."
"기잡니까?"
"네, 지금은 사무실에 있지만… 한 때는 (어쩌고 저쩌고)… 한마디로 기자 출신입니다."
"그런데 요즘 주가가 왜 이 모양이죠. 오늘은 뉴욕이 오른 채 끝나서 좀 갈 줄 알았는데…힘을 못쓰네."
아, 그 때야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그 의사의 컴퓨터는 진료용이 아닌 주식투자용이었던 것이다. 지금 화면에는 관심종목의 주가 움직임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으리라.
"글쎄요, 뭐 주가와 개구리 뛰는 방향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주식하시나요?"
그 질문은 열쇠와 같았다. 비밀로 간직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늘 열리기 마련인 '금단의 화원'의 문을 여는 주술. 신비의 인물은 열쇠를 건네며 '절대 사용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하지만 주인공은 호기심에 끌려 화원의 문을 열고…. 그로 인해 운명적인 모험과 비극적인 사랑이 시작되는 동화 속 이야기 처럼…. 그 의사의 서글픈 주식투자 사연이 끝없이 이어졌다.
독자들의 PICK!
"강남 쪽으로 병원을 옮기려고 2000년초 그동안 모은 10억원을 코스닥의 ㅇ종목에 몰빵 질렀죠." (학력이나 직업, 성별, 나이, 지식의 과다 등 속세의 인연과는 무관하게 주식의 세계에 입문한 이른바 주식인들은 그들 나름의 독특한 언어를 쓰게 마련이다)
"흠, 재미는 보셨나요?"
"10만원에 산 주식을 8000원에 털고 나왔습니다. 내가 명색이 피부과 전문의인데 머리카락이 한움큼씩 뭉텅뭉텅 빠지는 원형탈모증으로 한참 고생했죠. 그후 다시는 주식은 쳐다 보지도 않기로 했건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