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도박판 주식시장

지금 우리나라 비즈니스맨들은 허탈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아픈 살 도려가며 구조조정을 해서 부가가치 창출능력을 높여왔건만 정작 주가는 제자리걸음, 기업이 주식시장으로부터 받아야할 기본적인 보상조차 못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8조원내외의 세전순이익이 기대되는 삼성전자가 주식값을 떠받치기 위해 1조원이라는 돈을 써서 자사주를 매입해야 한다면 도대체 주식시장이 뭣 때문에 존재하는가라는 회의도 든다.
세계경제의 회복전망이 생각보다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있는 글로벌화시대에 동조화라는 큰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맞다. 그러나 아무리봐도 기업의 실적에 비해 주가는 형편없는 저평가 현상은 동조화라는 큰 흐름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오르지 못하고 2~3년주기를 두고 500~1000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떨어져서, 시장금리가 너무 높아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제법 세계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기업들이 나오고 금리가 사상 유례없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어도 주가움직임은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그 원인은 우리 스스로 우리기업의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가치투자의 기반과 자세가 거의 마련돼 있지 못한데 있다.
웬일인지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널뛰기 잘하기로 일등이다. 이는 그날벌어 그날 먹고사는 데이트레이딩이라는 초단타매매의 온상이다. 개인의 직접투자비율이나 주가지수선물 거래량, 옵션거래량이 세계1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세계최고 수준의 주식변동성 때문이다. 잘 갖춰진 초고속통신망에 HTS라는 첨단 무기도 한몫한다.
하루에도 주가지수선물이나 옵션을 잘 잡으면 몇배의 대박이 터진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누가 간접투자펀드에 돈을 넣어놓고 진득하니 몇년을 기다려 2~3배의 수익을 바라겠는가. 소심한 사람은 아예 주식투자를 안할 것이고, 용감한 사람은 도박사가 돼 대박의 꿈을 안고 오늘도 HTS에 붙어있을 것이다. 중간은 없고 양극단의 투자자만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회사의 내재가치보다 미국경기나 외국인 매매동향같은 순환적 요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매일 살까, 팔까를 고민하게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투자서적들을 보라. 우량 종목 발굴법 보다 '나는 데이트레이딩으로 **으로 **억원을 벌었다'는 식의 투기를 부추기는 것이 더 많지 않은가. 오죽하면 펀드매니저조차 데이트레이딩에 열중하고 있을까.
주식거래량이 많으면 증권사는 중개수수료 많이 올려좋고, 거래소는 거래세 많이 받아 좋고, 정부는 거래량 1위 자랑해서 좋은, 이러한 ‘이해일치‘속에 주식시장이 도박판으로 돼 돌아가는 것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가치투자의 싹은 자라지 못하고 썩어만 가고 있다.이런 상태에서 상장지수펀드(ETF ;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인덱스펀드)같은 우아한 상품이 나오면 뭐하는가. 적어도 주가지수가 장기적으로 올라갈 것 같아서 저축하는 셈치고 돈을 넣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그것도 뜰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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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평가받아야할 정당한 가치조차 값으로 돌려주지 못한다면 그 시장은 도박판이지 자본시장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