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담배끊기와 주식끊기(3)

[광화문]담배끊기와 주식끊기(3)

박종인 기자
2002.08.12 12:47

[광화문]담배끊기와 주식끊기(3)

 주식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처음 입문할 때의 망설임, 잠깐 맛본 열락, 무너지는 슬픔, 긴 고통, 소름돋는 공포, 뼈를 깎는 회한.

이 땅의 개미 투자자라면 누구나 걷기 마련인 그 길을 그 의사도 예외없이 가고 있었다.

 나는 그의 '주식 역정'을 들으면서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그가 10억원의 수업료를 끝으로 주식투자란 상심의 바다에서 벗어났을까'하는 것이었다.

 대화가 얼마나 진지했던지 그는 그의 직업(피부과 의사)을 잊고 나는 내 직업(기자)을 잊었다. 그가 직업에 충실했다면 순서를 기다리는 많은 환자(미래가치가 아닌 현찰수입)를 방치했을리 없고, 내가 직업을 잊지 않았다면 그의 말을 중간에서 끊고 궁금한 것을 캐물었을 것이다.(기자는 남의 말을 잘 자른다. 상대의 말에 공감하기 보다 재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완기자일수록 그 증세가 심한데, 그래서 일까, 민완기자가 쓴 기사는 늘 현실과 괴리돼 있기 마련이다)

 나는 민완기자가 못되기에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다 듣고 나서야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었다.

 "머니투데이를 보고 많이 배웠죠. 누구더라, 이코노미스트 한 분이 쓴 글을 읽고 그대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어떤 글이죠?"

걱정이 앞섰다. 독자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얼마나 자주 틀리는가.(미래는 커녕 과거에 대한 분석도 엉터리이기 일쑤다) 특히 노회한 전문가들은 틀려도 알쏭달쏭하게 틀리는 독특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이런 전문가에게 걸리면 그의 주장이 틀렸다는 사실 조차 알기 어렵다.

 "누가 썼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롯데칠성, 국민은행 등 절대 실패할 리 없는 '동방불패' 종목에 2~3년 길게 묻어두라는 전략이었죠."

 "그래서요?"

 "이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남은 5억원을 이들 종목에 분산투자했습니다. 이제 주식을 상속한다는 생각으로 길게 볼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결연한 표정에서 나는 한국증시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올해 초 주가가 갑자기 오르자 그는 주식이 없다는 게 그렇게 불안할 수 없었다. 남들은 다 버는 데 혼자만 노는 것 같았다. 주가는 더 오를 것 같았고 당시 전문가들도 다 그렇게 예언했다. 그는 그동안 날린 돈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믿었고 그래서 동방불패 종목에 남은 돈을 아낌없이 '질러버린' 것이다.

 그런데 웬걸. 주식을 사기가 무섭게 주가는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긴 조정, 인정하기 싫지만 또 다시 '물린'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동방불패 종목이 지수하락률 보다 덜 빠졌다는 것. 그래서 그는 '현찰상속'을 포기하고 '주식상속'을 택한 것이다.

 때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직업정신을 포기하고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준 내가 기특해 보였을까. 그는 나에게 점심을 제안했고 대안이 없던 나는 그를 따라갔다.

이렇게 해서 '얼굴의 붉은 반점'과 '가슴의 푸른 멍'은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게 됐는데...(계속)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