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경제의 진로

[기고] 미국 경제의 진로

강문성
2002.08.12 12:15

[기고] 미국 경제의 진로

[편집자주] 강문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이 최근 수정하여 발표한 국민소득통계 결과는 미국경제를 분석하던 모든 이코노미스트를 경악시켰다. 지난해의 미국경기의 침체가 예상보다 길고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종전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지난해 3/4분기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었는데, 새로운 통계에서는 1/4분기이후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며 예상보다 긴 경기침체를 겪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1년 2/4분기 성장률이 -1.6%로 나타나는 등 예상보다는 경기침체가 심각했으나 이번 경기침체가 과거 경기침체에 비해 그 정도가 약하였다는 것(Mild Recession)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향후 미국 경기전망에 대해 이코노미스트 모두 엇갈린 시각을 갖고 있다. 부시행정부의 발표와 같이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이 건전하기 때문에 곧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처럼 이중침체(더블딥 : Double Dip)을 경고하는 이코노미스트도 있다.

그러나 수정된 거시지표들을 기초로 미국경제의 진로를 예측해본다면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회복다운 회복을 보이지 않은 채 올 연말까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경로가 가장 유력하다. 올해 예상되는 미국경제 성장률은 2.0% 정도.

가장 큰 이유는 투자지출의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엔론 스캔들 이후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지속되고 미국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미국기업들은 투자확대를 꺼리고 있다. 그리고 주식시장의 침체는 금융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 정부의 회계감독강화로 CEO들의 관심은 투자보다 회계장부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가 있어 당분간 기업투자지출이 확대될 가능성은 낮은 실정이다.

투자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먼저 회복되어야 하나 그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준다. 즉 위축된 국내투자를 보전하기 위해서 해외투자자금이 유입돼야 하는데, 엔론사태 이후 실추된 미국 금융시장의 신뢰때문에 당분간 국내외 투자지출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그동안 미국경제를 지탱해온 개인소비지출의 성장지속성 역시 의문스럽다. 물론 개인소비부문은 투자부문보다 문제의 심각성이 덜하다. 증시 침체에 따른 마이너스 富의 효과(Negative Wealth Effect)가 그동안 부동산 경기의 호조로 그 영향이 상쇄돼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식투자 가계비중이 40% 정도인 반면 주택소유 가계비중은 지난 1/4분기 67.8%였다는 통계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들의 주식투자 목적이 노후대비에 있는 만큼 최근 증시침체로 당장의 소비지출을 줄이기 보다는 은퇴시점의 재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증시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개인소비지출에 미치는 악영향은 곧 가시화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부문으로 이전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투자 및 개인소비지출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산업생산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화학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통산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통신기기를 제외한 반도체, 컴퓨터 부문의 산업생산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미국 신경제의 핵심으로 여겨져온 노동생산성 향상도 지속되고 있고 물가상승압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올해 지지부진해도 내년부터는 미국경제가 잠재성장률(3.0~3.5%) 수준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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