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복덕방같은 증권사

[기고]복덕방같은 증권사

이상빈
2002.08.16 14:56

[기고]복덕방같은 증권사

[편집자주]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email protected])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투자전략가 등의 조사분석자료와 관련하여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투자자 보호의 최후 보루인 금감원이 진작 챙겨야 할 사항으로 때늦은 감이 있다고 본다. 특히 작전세력이 주가조작을 시도할 때 애널리스트들이 `나팔수'로 동원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불공정거래 방지 차원에서도 이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투명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라는 미국기업에서도 분식회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감독당국의 감시가 조금만 소홀하면 언제든지 부정한 방법으로 소액투자자를 우롱할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한 곳이 주식시장이다. 인간의 탐욕이 주식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식시장을 감독하는 감독당국으로서는 주가분석이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면이 있다하더라도 감독의 사각지대가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물론 주가분석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애널리스트들이 어렵다는 것을 면책조항으로 활용해 무책임한 주가 분석자료를 경쟁적으로 남발하는 데 있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핑계가 있다'는 속언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의 주가 예측은 사후약방문격이 많았다. 즉 주가가 오르면 오르는 데로 이유를 달고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지는 데로 이유를 달아 “하나마나”식의 주가전망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또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고는 하나 증권회사의 추천종목 또는 연초에 내놓는 연말 주가 예측치는 현실과 너무나 동 떨어진 경우가 많아 애초부터 바람잡이용으로 작성된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증권사나 복덕방 모두 영어로는 브로커다. 증권사는 국가경제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곳이다. 반면 복덕방들은 투기를 조장하는 집단이라는 식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따라서 영업행태에 있어 증권사는 복덕방과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올바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료를 제공해야하는 서비스 수준에서는 증권회사나 복덕방 모두 `그 나물에 그 밥'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자료를 요구해 애널리스트의 불만을 사고 있다. 예컨대 전화통화 녹음내용과 이메일의 송수신기록까지 요구래 권위적인 조사행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금감원이 한정된 조사인력으로 전문적인 내용이 담긴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애널리스트의 규정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각 증권회사를 직접 조사하기보다는 각 증권회사의 법규준수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 지의 여부를 점검하여 애널리스트를 감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금감원의 조사는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지만 각 증권회사의 법규준수기능은 항시 가동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효율적이다. 최근 각 증권사들이 영업점의 불공정거래를 감시하기 위해 감시시스템 구축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애널리스트에 감시의 눈길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는 준법감시(compliance)시스템 구축 등 증권회사 자체의 법규준수기능이 작동되도록 하고 이의 작동여부를 금융감독원이 상시 점검하여야 할 것이다.

`맞으면 좋고 틀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주가분석, 불공정거래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주가예측, 그리고 증권회사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주가전망 등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증권회사는 복덕방으로 변모하고 마침내 양치기 소년으로까지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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