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담배끊기와 주식끊기(4)

[광화문]담배끊기와 주식끊기(4)

박종인 기자
2002.08.19 12:41

[광화문]담배끊기와 주식끊기(4)

 광화문에 살다보면 낙지를 자주 먹게 된다. 불같이 매운 낙지볶음으로 유명한 `무교동 낙지타운'이 지척이기 때문이다.

낙지타운에는 많은 낙지집이 있다. 머니투데이 바로 옆의 '영보낙지', 길건너 '갯벌타운', 그 옆의 '우정낙지', 돌아가서 '유정낙지', 종로통 큰 길을 건너 '이강순실비집' '서린낙지' '막내낙지' 등등. 이상은 내가 가본 데만 꼽은 것이고 이밖에도 숱하다.

 친구, 출입처에서 알게 된 지인, 심지어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회사로 찾아온 이들은 으레 "간만에 무교동에 나왔으니 낙지나 먹고 갈까"하기 일쑤고, 그러면 나는 그들을 낙지집으로 안내한다.

문제는 그들에겐 `모처럼'이지만 나에겐 `종종'이란 것. 몸에 좋은 낙지, 특히 스테미너 식품인 낙지를 자주 먹는게 뭐가 문제냐고…. 잘 모르시는 말씀.

 모두에 밝혔듯 무교동 낙지는 한결같이 맵다. 무릇 맵지않으면 무교동 낙지가 아닌 것이다. 매운 음식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 역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기에 무교동 낙지의 효험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이 힘들다. 화장실에서의 고생이 장난이 아니다.(이거 나만 그런가. 혹 그렇다면 이렇게 공개할 일이 아닌데…)

 낙지집을 안내하는데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먹는 이의 취향과 낙지집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중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영보낙지'는 연포탕(세발낙지를 맑은 국물에 시원하게 끓여내는 것인데 빨간 통고추로 매운 맛을 낸다.속풀이에 좋다)이 강점이고 '갯벌타운'은 산낙지 철판볶음, '서린낙지'는 낙지볶음+베이컨과 소시지 등.

`울트라 캡숑 매운 맛'을 원한다면 '우정낙지'를 권하고 싶다.

 피부과 의사와 나는 '서린낙지'로 갔다. 내가 맵지 않은 베이컨과 소시지를 원했기 때문이다.

나는 땀이 많아 매운 음식을 먹으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술먹고 난 다음날 매운 걸 먹으면 땀이 폭포처럼 흘러 눈을 뜨기 힘들 정도다. 때문에 미리 손수건과 식당에서 제공하는 찬 물수건, 화장지 등을 갖춰야 한다.

만반의 준비를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민망함은 피할 수 없다. 얼굴 가득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물수건으로 화장지로 연신 닦아내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상대방의 곤혹스러움 말이다.

 내가 매운 낙지를 좋아하지만 낯선 이에게 처참한 몰골을 보여줄 정도로 탐닉하는 건 아니기에 '서린낙지'로 타협한 것이다. 덕분에 나는 처참함과 민망함을 모면했고 그는 곤혹스러움을 피할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나는 강한 흡연욕구에 사로잡혔다.

 땀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한두 점 집어먹은 낙지의 매운 맛이 입안 가득 남아 니코틴을 갈구하고 있었다. 또한 내 경우 서먹서먹한 사람과 마주 앉으면 담배가 더 당긴다.

 "혹 담배 태우시나요? 담배 있으면…."

 "제가 주식을 못 끊어 이 고생이지만 담배는 끊었습니다."

담배 얘기가 나오자 피부과 의사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아, 예. 저도 끊었는데 이따금 한 대씩 합니다. 그러나 주식은 오래전에 끊었죠."

 "기자는 정보가 많아 주식을 하면 벌텐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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