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반기 사상최대 실적의 진실

[기고]상반기 사상최대 실적의 진실

이덕청
2002.08.20 13:36

[기고]상반기, 사상최대 실적의 진실

[편집자주] 이덕청 LG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CFA([email protected])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2002년 상반기 결산실적이 지난 주에 발표되었다. 상반기 실적이 현재의 주가에 완전히 반영되었다고 본다면 상반기 실적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반기 실적은 하반기 이후 우리 기업의 실적변동을 가늠하는데 있어서 실마리가 되는 중요한 정보를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먼저 지적해야 할 점은 상반기 실적의 비교시점에 대한 것이다. 많은 경우에 작년 상반기 실적과 비교를 하고 있는데 그러한 비교는 별 의미가 없다. 전년동기대비 전체 영업이익 증가의 대부분이 삼성전자로부터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증가율은 1.4%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대표적인 경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마치 이번 상반기에 우리 기업들은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나면 아무런 의미 있는 영업활동을 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기의 판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순환적인 변동을 보다 잘 포착하기 위해서는 전년 동기가 아니라 직전시기와 비교하는 것이 옳다. 특히 경기가 변곡점을 지날 때 전년 동기 대비는 그릇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물론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는 별도의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올 상반기를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는 것보다는 작년 하반기와 비교함으로써 훨씬 의미 있는 정보를 끌어낼 수 있다.

이번 실적집계에 포함된 기업들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이번 상반기 매출액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0.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와 비교할 때는 전체적으로 3.7% 감소하고,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에는 5.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매출증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있지만, 올 상반기 매출이 작년 하반기보다 작았던 데는 통상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는 크다는 계절적 요인 또한 강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참고로 최근 10년 경상GDP를 기준으로 보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평균 15% 정도는 크다.)

반면 영업이익은 작년 하반기에 약 12조4천억원을 기록했는데 올 상반기에는 20조5천억원으로 약 65% 늘어났다.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18조5천억원이었으므로 영업이익은 작년 하반기를 바닥으로 하여 다시 회복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다면 영업이익은 작년 하반기에 비해 약 35% 늘어났다. 계절적 패턴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매출액은 증가하지 못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영업이익률은 경기회복과 함께 올 상반기에 빠르게 개선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순이익 기준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한 이번 상반기 실적이 단지 일시적인 요인이나 저금리,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부채비율 축소 등 재무부문에서만 진행되었던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효율성 증대라는 성과를 거두었고 경기회복과 함께 기업의 가격결정력 또한 개선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인 것이다.

향후 기업수익의 변동을 가늠하기에는 미국 경기의 향방 등 여러 변수가 많고 또한 이번 상반기와 같은 재고 조정에 따른 이익증대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상반기 기업실적은 향후 경제성장률이 6% 전후에서만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기업이익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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