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카드사의 자승자박

내가 갖고 있는 신용카드 : 교통카드와 놀이공원 입장 혜택이 있는 A사 카드, 주유할인 혜택이 있는 카드 2장, 특별한 혜택 없는 D사 카드 한 장, 백화점 카드 2장...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을 해본 분이 많을 것이다. `왜 모든 기능이 한데 있어 그 카드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꿈의 카드가 없을까?'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기능이 카드별로 흩어져 있으면 원하는 것을 사기위해서는 그 혜택이 주어지는 카드를 일일이 챙겨야 하거나 아니면 즉석에서 다른 신용카드를 발급받아야한다. 그리되면 보유카드만 부쩍 늘게돼 카드관리가 장난이 아닐 뿐더러 충동구매나 유흥의 유혹을 강하게 받게된다.
물품구매와 현금서비스라는 기본기능외에 신용카드에 여러 가지 할인 및 우대혜택을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붙여 소비자로 하여금 그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인을 키워주는 영업전략은 일종의 번들링(bundling)이다.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주는 대신 싼값으로 살수 있고 제휴사나 카드사는 장기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번들링은 단순히 끼워팔기가 아닌 사회적 후생을 늘려주는 좋은 번들링이다.
하나의 카드에 붙는 기능이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가 받는 혜택이 커지기 때문에 소비자는 다른 카드로 쉽게 바꾸지 못한다. 경제학의 표현을 빌리면 소비자가 하나의 카드에 속박(lock-in)돼 다른 카드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커지는 것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전환비용이 크면 클수록 그 신용카드사는 고정고객이 많아져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신용카드사는 카드발급 매수나 사용액으로 측정되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급급한 나머지 하나의 카드에 부가서비스를 몰아줘서 고정고객을 늘리는 노력을 등한시했다. 기존카드를 업그레이드하기 보다 부가서비스를 한두가지 첨가할 때마다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 신규로 가입토록 유도, 카드사 스스로 고객을 이카드 저카드 옮겨다니는 떠돌이로 만들어놨다. 신용카드마다 부가서비스가 분산돼 다른 카드로 바꾸는데 들어가는 전환비용이 너무 작게 만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카드사는 카드사대로 떠돌이 고객을 잡기 위해 모집인을 사용하여 길거리에서 마구잡이로 발급하는 등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신용카드 발급매수 1억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카드공화국이 된 것이나, 신용카드사가 감독당국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게된 것도 이러한 카드사의 확장적 영업전략이 빚은 결과다. 일종의 자승자박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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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신용카드시장은 안정성장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경제활동인구증가율 이상으로 발급매수가 늘기도 힘들어진 것이다. 이제부터는 주력카드에 대부분의 서비스를 집중, 고객이 지속적으로 건전하게 카드를 사용토록 해줘야한다. 600조원이나 되는 가계대출이 경제를 파괴할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카드사의 원 카드(one card)정책은 소비자와 카드사, 경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