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은행합병 감상법

[기고]은행합병 감상법

배현기
2002.08.26 13:16

[기고]은행합병 감상법

[편집자주] 배현기 동원증권 리서치센터 금융산업팀장

8월19일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은행합병 논의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할 경우 은행계정과 신탁계정을 합한 총자산 기준으로 업계 3위의 자리에 올라선다. 하나은행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 은행합병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다른 은행들의 대응도 부산하다. 불과(?) 몇 조원 차이로 2위 자리를 위협받게된 우리은행은 추가합병을 통해 자산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2위권에 비해 100조원 이상 자산이 많은 국민은행도 은행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신한, 조흥, 외환, 한미, 제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독자 생존이냐 아니면 합치느냐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 동안 정부 당국자들은 우리나라 은행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이른바 오버뱅킹(overbanking)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제 은행합병을 통해 은행 수가 더 줄어들 것이 분명할텐데, 과연 몇 개의 은행으로 끝이 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97년말 33개에 달했던 국내 은행들의 숫자는 사실상 16개(금융지주회사 포함 제외시)로 줄어들었는데, 이중 8개인 시중은행의 숫자가 특히 관심이다.

사실 한 산업 내에 몇 개의 은행이 적정한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한 은행이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고 살아갈 수만 있다면 아무도 문을 닫게 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서 소형은행의 생존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중요하다. 은행산업이 점점 ‘정보화, 장치산업화’하다보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소형은행들은 설 땅은 점점 좁아진다고 보는 쪽이 있는가 하면, 충분히 틈새시장(niche market)이 있다고 보는 쪽도 있다.

현재의 흐름은 대형화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의 숫자가 더 줄어들텐데, 이와 관련해서 선도은행(leading bank)로서 국민은행의 입지가 흔들릴지도 관심이다. 그런데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6월말 현재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2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시중은행의 약 32%에 해당하며, 2위와 3위 은행이 합쳐도 국민은행보다는 작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하나, 조흥, 외환은행 중에서 3개가 합치는 빅뱅(big bang)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되는 것이 정부의 태도이다. 정부(예금보험공사, 한국은행 등 포함, 보통주 기준)는 우리금융지주회사 88%, 통합 하나은행 30%, 조흥은행 80%, 외환은행 36%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충분히 판을 짤 수 있는 여건이다. 하지만 국민은행 주식의 10%를 갖고 있고 선도은행방식의 산업구조를 선호하는 정부 입장에서 그 정도까지 무리할 것 같지는 않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은행합병이 은행을 뛰어넘어 제2금융권이나 제3금융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다. 그런데 현재 증권사나 투신사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고 방카슈랑스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현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씨티그룹(Citigroup)나 제이피모간체이스(J.P.Morgan Chase) 등도 다양한 고객과 다양한 사업부문을 갖고 있는 복합금융기업이라는 점도 은행합병의 지향점을 시사해준다.

 아무튼 은행합병의 ‘잠 못 이루는 밤’을 관심 있게 지켜보자. 은행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나 공적자금 상환의 부담을 지고 있는 국민들로서도 강 건너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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