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잦은 매에 장사없다

[기고]잦은 매에 장사없다

김창록
2002.09.06 12:07

[김영권부장-기고문]세계시장 마음놓기는 아직 일러

[편집자주] 김창록 국제금융센터 소장

며칠 후면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지 1년이 된다. 세계를 뒤흔든 사건으로 금융시장이 폐쇄되고 경제 시스템의 붕괴까지 우려되는 등 급박했던 상황이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일사불란한 노력은 확실히 과거에 겪었던 위기상황과 크게 대비되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테러직후 'V'자형의 급속한 경기회복이 기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엔론(Enron) 이후 잇따른 기업 회계부정 사건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지난 4~5월 이후 또 한번 이중침체(double dip) 우려에 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8월 중순 미 CEO들의 회계서약 이후 주가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회사채 발행이 활기를 띠어 미 기업들의 자금수요에도 약간 숨통이 틔였다. 더블딥 우려도 그만큼 감소했다. 하지만 주가는 변동성이 확대된 상태로 아직 박스권에 갇힌 취약한 상황이다.

최근 발표되는 미 경제지표 역시 상당히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회복은 지지부진하다. 미 소비를 지탱해 왔던 주택시장에서는 최근 거품론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신흥시장 역시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 등 남미 여러나라가 흔들리는 가운데 최대국가인 브라질 마저 10월 대선을 앞둔 정치적 혼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으로부터 300억 달러에 달하는 긴급자금을 지원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국제자금이 신흥시장 투자를 다시 한번 주저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을 제외하고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나 이 역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면밀한 관찰 대상으로 올라 있다.

반면 올해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상당히 높아졌다. 불과 4개월 만에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한두단계씩 상향조정하여 명실상부한 'A'등급을 부여했다. 중국도 추월했다. 한국경제가 세계경기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과 함께 내수위주로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사실이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그러나, 낙관적 전망만 유지하기에는 구체적으로 짚어보아야 할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외환시장에서 미달러화가 중기적인 약세국면에 진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국면전환기에는 12개월 정도 환율의 변동성이 크게 증가한 전례도 있어 기업들이 환위험관리 능력을 시급히 배양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둘째,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계 기관들의 외화자금 장기차입은 비교적 수월한 반면 단기차입은 그리 원활하지 못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여럿 있겠지만 외화가 필요한 기업은 내외금리차가 수렴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안정화 측면에서 서울 외환시장을 활용하는 등의 대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미국으로 들어오던 해외자금이 주춤하는 등 국제자금의 흐름이 변화를 보이고 있다. 유럽 역시 궁극적인 대안으로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펀드매니저들이 신흥시장 중에서 특히 한국을 투자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의 제고가 없다면 한국의 매력도 역시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투자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해외여건이 썩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찍이 외환위기속에 체력을 보완한 덕분에 지금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잘 견뎌내고 있다. 그러나 '잦은 매에 장사없다'는 속담처럼 대비가 시원찮을 경우 우리경제가 외풍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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