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정공시와 `공공의 적`

정보는 돈이다. 주식시장에서처럼 이 짧은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 곳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남보다 한 발자국만 앞서서 중요한 기업 정보를 입수하는 기회가 와주기만 한다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하는 공상을 해보았음직하다.
시장에 유포되는 정보는 반드시 그 출발점이 있고, 유포의 출발점에는 누군가가 있다. 이 누군가를 `내부자'라고 부른다. 기업과 내부자는 남보다 한 발 앞서 공시 이전의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나아가서, 거짓 정보나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여 의도적으로 시장을 속이는 행동까지도 할 수 있다.
내부 정보와 관련한 시장의 원칙은, `거래하려면 공시하라, 공시하지 않았으면 거래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보 자체가 돈인 주식시장에서, 공정하게 게임이 이루어지기 위한 기초 중의 기초이다. 정보 선점과 조작을 통해 내부자가 취하는 이득은 여타의 외부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슬쩍 하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은 기업과 투자자의 윈-윈 게임의 시장이 아니라, 내부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로-섬 게임의 도박판이 되어 버린다.
정보 공시에 충실하지 않고 정보를 선점,이용하거나 거짓 정보로 시장을 속인 기업들은 결국은 시장에 의해서 응징 당하게 된다. 그런 기업들은 평판이 나빠지고,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처럼 낙인찍힌다. 시장이 속고 나서 주가는 하락하고, 이후에 좋은 정보가 있어도 그 진실성을 의심하여 시장은 그것을 제대로 주가에 반영하지 않게 된다. 증자를 하려 해도 증자 의도가 의심을 사게 돼 증자도 제대로 안되고, 저평가된 가격에서나 가까스로 증자를 하게 된다. 그 결과 좋은 투자계획이 있어도 자금 조달이 안되어 제때 집행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흔히 당하게 된다. 한탕 해먹고 오랜 동안 고생을 겪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 시장을 속이면 그 부정적 영향이 그 기업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식시장 전체에 나쁜 외부효과를 미치게 된다. 몇 마리 미꾸라지가 물을 흐려놓듯이, 더 많은 기업들이 정보적 신뢰성을 흐리는 행동을 하면 될수록,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거나 등록되어 있는 다른 기업들도 도매금으로 의심을 받게 된다. 정보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 있는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모든 기업들을 의심하는 정도가 커지게 된다. 주식시장의 평균적 신뢰성이 저하되고, 그 영향으로 기업들의 주가는 내재적 가치로부터 더 큰 평균적 괴리를 보이게 될 것이다.
정보의 신속하고 올바른 유통을 촉진하고 감시하는 정보적 하부구조는 주식시장의 생명과 같다. 공정한 외부감사제도의 확립, 신속하고 엄격한 공시 제도가 확립되어 운영될 때 개별 기업의 주가는 그 내재적 가치를 반영하며 합리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 특히, 내부자가 시장을 속이는 행동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제재가 중요하다. 그 기업에 투자하는 개별 투자자 보호의 차원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부정직하고 불공정한 행동이 주식시장 전체의 신뢰성에 타격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렇다.
상장.등록 기업의 정보 제공시, 내부자의 정보 선점이나 조작되고 왜곡된 정보의 유포를 통해 시장을 속인 기업들의 최근 수년간의 이력을 기초 정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만하다. 거짓말쟁이의 이마에다 거짓말쟁이라는 딱지를 붙이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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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공정공시제도의 도입을 발표했다. 차제에 외부투자자들도 어떤 기업이 정보적으로 불성실하고 정직하지 못한 것인가 하는 점을 자신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더욱 유념하여 앞으로의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