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시와 히틀러

[기자수첩]부시와 히틀러

이웅 기자
2002.09.24 12:52

[기자수첩] 부시와 히틀러

부시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다. 이번엔 "부시가 히틀러 같다"는 독일 여성 법무장관의 용맹무쌍(?)한 발언이 말썽이다. 이 한마디로 인한 파장은 상상 이상이다. 독일 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주독 미군 철수 주장까지 나오는 등 미국의 조야가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하다.

사태가 확대되자 독일 법무장관은 직접 나서 "히틀러"라는 단어를 쓰긴 했으나 "부시를 히틀러에 비유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게르하르트 독일 총리는 공개 서한을 통해 유감을 표했으며, 독일 정계에선 법무장관 경질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라크전에 대한 입장차로 가뜩이나 불편해진 양국 관계가 싸늘하게 얼어붙은 셈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헤르타 도이블러-그멜린(59) 독일 법무장관은 지난 18일 독일 금속 노조 지도자들과 대화하는 도중 "부시가 미국의 국내 문제를 외부로 전가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는 히틀러 이래 반복되는 상투적인 정치 술수"라고 일침을 가했다. 부패 스캔들과 경제 실정으로 궁지에 몰린 부시가 그 돌파구로 '전쟁'을 선택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문제는 최대 우방국의 고위 관료가 그것도 공개적으로 이를 거론하는 우를 범했다는 것. 미국인들은 '세계 평화는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선민의식이 강한데다 자신들이 9.11 테러의 성스런 희생자라고 믿기 때문에 그녀의 이같은 발언은 참을 수 없는 모욕임에 틀림없다.

사실 '부시=히틀러'라는 표현은 지나친 감이 있다. 세계 최고의 '시스템'을 자랑하는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전근대적이다 못해 야만적인 나치즘 사이엔 분명 큰 간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태인들에 대한 '인종 청소'를 가능하게 했던 히틀러의 무자비한 독단과 후세인을 비롯한 테러분자, 즉 아랍인들이 세계 평화를 저해하는 암적 요소라고 주장하는 부시의 독선은 어딘가 닮은데가 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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