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이닉스, 험난한 천리길
"이제 한 고비 넘겼습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시간을 벌었습니다."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사업을 매각해 약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하이닉스반도체 임직원들은 오랜만에 들려온 낭보에 웃음꽃을 터뜨렸다.
대규모 적자, 유동성위기 등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악재에 익숙한지도 벌써 수년째. 세계 최대 규모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하이닉스인의 가슴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은지 오래다. 사상 최악의 장기불황으로 세계 반도체업계 구조조정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분위기는 더더욱 스산하다.
하이닉스는 그러나 아직 포기할수 없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기회가 다시한번 주어진다면 작지만 강하고 알찬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할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1년여를 끌어온 LCD사업 매각은 이같은 기대를 현실로 끌어내고 있다. 하이닉스는 매각대금으로 손에 쥐게된 현금을 핵심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역량 강화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동안 지연된 설비투자와 R&D(연구.개발) 등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수조원의 자금을 집행하는 삼성전자와 비교할수 없지만 사실상 빈손으로 생산공정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그동안의 실적은 새로운 성취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하이닉스를 지켜봐온 전문가들은 단지 시간을 벌게 된 것 뿐이라고 냉정하게 진단한다. 하이닉스를 기다리는 반도체 장기불황의 늪을 빠져나오기에는 너무 늦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엘피다와 미쓰비시의 합병 움직임, 7분기 연속 적자로 휘청이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격랑에 휩싸인 반도체 업계에서 하이닉스는 사실 천길 낭떠러지 위에 서있다고 볼수 있다.
하이닉스가 LCD 매각을 계기로 위기에서 기사회생(起死回生)할수 있을지 많은 눈들이 바라보고 있다.